국산신약 개발 잇단 악재에 바이오 플랫폼 재조명

정기종 기자 2024. 5. 2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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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 대비 낮은 위험부담 불구 기술수출 통한 지속적 수익창출력 부각
알테오젠·에이비엘바이오·펩트론 등 추가 성과 기대감에 주가 고점 유지 중


연이은 국산신약 개발사 악재에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들의 가치가 새삼 조명되고 있다. 높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신약 개발 대비 적은 위험부담에 범용성 높은 기술수출 계약 등을 노릴 수 있다는 강점에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 펩트론 등 바이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향한 시장 기대감이 재차 살아나고 있다. 특히 최근 많은 기대감이 반영됐던 HLB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 고배에 플랫폼 기업의 안정적 기술수출 성과가 더욱 부각되는 중이다.

바이오 플랫폼은 대부분 약물의 체내 전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의미한다. 자체 개발한 신약에 비해 매출 기대치는 적지만, 글로벌 대형 품목에 접목될 경우 신약 못지않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임상 연구를 대부분 플랫폼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서 주도해 비용과 인력 측면에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여기에 계약 조건에 따라 같은 기술을 다른 상대에게 다시 기술수출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화 측면의 강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테오젠과 에이비엘바이오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를 피하주사로 바꾸는 제형 변경 플랫폼을, 에이비엘바이오는 약물의 뇌 혈관 장벽(BBB) 투과율을 높이는 플랫폼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해당 기술로 4조원대 계약을 체결한 머크를 비롯해 4개 사와 누적 7조원 이상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고, 에이비엘바이오 역시 사노피와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특히 알테오젠의 경우 지난 2월 말 머크와의 기존 비독점 계약을 독점으로 변경하면서 8만원대였던 주가가 3월 중순 22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4월 들어 박순재 대표의 아내인 정혜신 박사가 3000억원 규모에 보유 지분 대부분을 블록딜로 처분하면서 15만원대까지 주가가 급락했지만,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 추가 기술수출 가능성 등에 단기간 내 19만원 수준까지 회복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사노피가 진행 중인 파킨슨병 치료제 신약 후보 임상 1상이 연내 종료 기대감을 동력으로 3월 52주 신고가 기록 이후 꾸준히 고점을 유지 중이다. 기술수출 계약 특성상 임상 단계 진전 시마다 마일스톤(기술료)을 수령할 수 있고, 기술 검증에 따른 후속 기술수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직 굵직한 기술수출 성과를 내지 못한 펩트론이 1년 전과 비교해 4배 이상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 회사는 약물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지속형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글로벌 대세로 떠오른 비만 신약 분야 대형 제약사와 물질이전계약(MTA, 기술수출 전 물질 검토를 위한 계약) 기대감이 반영 중이다.

엄민용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플랫폼 사업은 지속적인 기술이전으로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 신약 대비 리스크가 낮고 수익 창출력이 뛰어나다"며 "펩트론은 자체 특허 기술을 통해 1개월 지속형 제제에 대한 기술이전 여부가 지속해서 논의되고 있어 여전히 기대감으로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이미 꾸준한 기술수출 성과를 내온 플랫폼 기업의 가치는 최근 이어진 신약 개발사 악재와 맞물려 더욱 두드러지는 중이다. 설립 22년 차를 맞은 면역세포치료제 개발사 엔케이맥스는 지난 1월 박상우 대표의 470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한 반대매매가 발생했다. 이에 기존 12.94%였던 박 대표의 지분율은 0.01%로 급락하면서 지배권을 상실했고, 지난달 2023년도 감사보고서 의견거절까지 이어지며 상정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지정 및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상태다.

지난 17일에는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미국 허가에 도전했던 HLB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이 보완요구서한(CRL) 수령으로 고배를 마시면서, HLB그룹 8개 사 시가총액이 하루 새 5조원가량 증발했다. 보완 요구가 병용 약물인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지만, 재허가까지 최소 수개월이 필요한 만큼 HLB는 비롯한 전반적인 신약 개발사 기대감을 낮추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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