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벌의 날'…꿀벌 실종에 귀갓길 돕기 나선 서울 도심 양봉꾼들
화석연료로 이상기후…연쇄효과로 악순환
진화한 응애·말벌이 새로운 천적으로 등장
"꿀벌 실종 지속 시 인류 먹거리 없어질 것"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한 통에 벌 2만 마리 정도가 있어요."
지난 18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호텔 옥상에는 날갯짓하는 벌들이 그득했다. 이곳에서 만난 박찬 어반비즈서울 이사는 "벌에 좋은 밀원식물을 심으려고 오늘 한 20만원 어치를 사 왔다"고 했다.
이날 도시 양봉을 위해 호텔 옥상에 모인 사람은 모두 13명. 이들은 마리골드, 금전화 등 꿀벌이 좋아하는 밀원식물 7종을 옥상 화단 곳곳에 고루 심었다. 최근 들어 도심 속 꿀벌들이 제 집을 찾아가지 못하거나 죽게 되는 '실종'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시 양봉은 이곳 뿐 아니라 서울시청 옥상이나 월드컵 공원 등 수십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셰 미술관 등 유명 건축물 옥상에서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도시 속 양봉은 현대화로 무너진 도시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꿀벌의 활동으로 도시에 꽃이 늘어나고, 이는 곤충과 작은 새들의 유입으로 이어진다. 도심 속 녹지를 유지하고, 더 푸르게 만들기 위한 기초적인 단계가 되는 셈이다.
옥상에서 꽃을 심다가 꿀벌에 왼쪽 눈가를 쏘인 정지은(48)씨는 "이번이 네 번째다. 꽃을 심다가 내가 꽃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1시간30분가량 식물 심기를 마친 이들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매주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에게 도시 양봉 교육을 받고 실제로 양봉도 해봤다고 말했다.
해당 호텔에서만 벌 약 10만 마리를 양봉하는 어반비즈서울은 도시 양봉을 2016년부터 시작해 현재 20여 군데로 확장했다고 전했다.
'꿀벌 실종'은 3년째 현재진행형
벌집을 나온 후 귀갓길에서 죽거나 집을 찾지 못하는 이른바 '꿀벌 실종' 현상은 2022년 갑작스레 찾아왔다. 이로 인해 꿀 수확량이 줄었고, 나아가 꿀벌이 수정하지 못함으로 인해 사과·복숭아 등의 생산량이 줄어 과일 값이 치솟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가 지난해 2월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9~11월 국내에서 실종·폐사한 꿀벌은 약 40만~50만 봉군(78억~80억 마리 상당) 수준이다.
도시 양봉으로 키우는 꿀벌의 경우 2022년 12월 기준 전년도 같은 시기보다 22만 봉군(약 43억 마리) 감소한 247만 봉군이었다.
한국양봉협회도 올해 1월1일부터 3월13일까지 농가 5537군데를 조사한 결과, 월동 전 봉군은 65만 정도였으나 월동 후는 31만 수준으로 약 34만 봉군(53%)이 실종·폐사됐다고 밝혔다.
인간·자연환경…꿀벌 실종 문제는 '고차방정식'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도심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배경을 두고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기후 위기가 가장 주된 이유이기는 하나 여러 변수가 작용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석탄 등 화석연료를 쓸수록 온실가스가 나오는데 이로 인해 최근에 미세먼지가 심해졌다"며 "최근 실험을 통해 밝혀낸 건 벌들이 고온건조한 환경을 좋아하긴 하나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휴대전화의 전자파도 꿀벌들의 귀갓길에 영향을 미친다. 꿀벌은 여왕벌이 내뿜는 페로몬을 신호로 삼아 귀소하는데, 전자파가 꿀벌들이 길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
박현철 부산대 생명환경화학과 교수는 "휴대전화 사용량 증가로 인해 기지국이 여러 군데 생겼다"며 "일부 학자들은 이로 인해 꿀벌이 3~4일간 집을 찾지 못하다가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폐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인간 외에도 병해충인 응애(진드기)와 말벌도 꿀벌을 노린다. 정 교수는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응애가 진화한 버전으로 돌아왔다"며 이들이 꿀벌을 잡아먹는다고 했다. 여기에 고온에 적응력이 뛰어난 말벌도 꿀벌의 새로운 위협 요소다. 꿀벌의 천적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100% 말벌"이라며 특히 등검은말벌이 위협적이라고 했다.
학계 "도시 내 환경 정비하고 화석연료 줄여야"
이날 양봉을 도운 정지은씨는 꿀벌이 특히 청결에 민감한 집단이라며 벌집 주변 환경의 청결을 강조했다. 정씨는 "벌집에는 청소와 육아를 담당하는 일벌들이 있다"라며 "심지어 꿀벌은 죽을 때가 되면 벌집을 멀리 떠나기도 하고, 벌집 안에서 죽으면 다른 벌이 시체를 들고 나갈 정도"라고 했다.
이어 "유럽 주택을 보면 창틀에 화분을 놓는 경우가 많다"며 "밀원식물을 심는 등 도시 전체가 사소하지만 하나부터 생태계를 살리는 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현철 교수는 "현재 도시 양봉 산업에서는 벌의 개체군 밀도가 높다"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벌이 병에 노출되기 쉽다"고 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는 화석 연료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령 그린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현재의 친환경 정책을 경계했다. 태양열 발전과 전기차를 만드는 데 화석 연료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이런 과정은 결국 인간과 꿀벌 모두에게 피해를 불러온다"며 "소비를 줄이는 등 이른바 '1930년대'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악순환이 지속할 경우 꿀벌 실종에 이어 인류에 비상등이 켜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인간이 먹는 식물의 75%가 벌이나 곤충이 수정하는 현화 식물(속씨식물)"이라며 벌이 필요하지 않은 식물은 옥수수와 같은 곡류 정도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에 그는 경종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터스텔라 보셨죠? 인류가 없는 세계의 배경이 옥수수밭이잖아요. 꿀벌이 실종하면 30~40년 뒤에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frie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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