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 김호중 술 마셨어도 '무죄' 될수도
뒤늦은 측정에 수치 확인 어려워
과거 이창명 사건 되풀이되나
[파이낸셜뉴스] 뺑소니 혐의로 입건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그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늦게 이뤄진 탓에 "술을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뺑소니 사고 이후 현재까지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셨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대거 포착됐다.
경찰은 지난 17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부터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의 소변 감정 결과를 받았다.
국과수는 '사고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이 지난 것으로 비춰 음주 판단 기준 이상 음주대사체(신체가 알코올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가 검출됐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 경찰은 김씨가 방문한 고급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해 ‘김호중이 술을 마신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김씨가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으니 경찰에 대신 출석해달라'고 매니저에게 직접 요청한 녹취 파일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유흥주점을 방문하기 전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는데, 이 자리에서도 일행이 주류를 주문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다만 김씨가 일행과 함께 술을 마셨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김씨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택시에 부딪히는 사고를 내고 도주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황은 잇따르고 있지만 문제는 이러한 정황들이 혐의 입증의 증거가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호중은 사건 발생 열흘만인 지난 19일 소속사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음주운전을 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김씨가 음주 사실을 자백했어도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으로 확인돼야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통상 음주 후 8∼12시간이 지나면 날숨을 통한 음주 측정으로는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 단순히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처벌이 어렵다.
마신 술의 종류와 체중 등을 계산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추하는 ‘위드마크 공식’이 활용되기도 하지만, 이조차 역추산할 최초 농도 수치가 필요해 장시간 잠적한 운전자에게는 적용하기 쉽지 않다. 국과수가 활용한 대사체 분석법 역시 음주 여부 확인만 가능할 뿐, 혈중알코올농도를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한마디로 음주 여부 자체는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하지만, 음주운전 수치에 걸릴 만큼 마셨는지는 입증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방송인 이창명(55)씨도 2017년 4월 교통사고를 낸 지 9시간여 만에 경찰에 출석해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됐지만 결국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술의 양이나 음주 속도 등이 측정되지 않아 혈중알코올농도 0.05% 이상 상태에서 운전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현재 김씨가 받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도로교통법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지만, 초범이거나 인명 피해가 없으면 대부분 가벼운 벌금형에 그친다.
음주운전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은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김 씨가 기소될 경우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하지 못하더라도 사고 전후의 각종 정황이 판결에 반영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뺑소니와 매니저의 허위 자백, 운전자 바꿔치기, 블랙박스 제거, 17시간 뒤에야 이뤄진 김 씨의 경찰 출석 등 사고 대응 과정의 은폐 시도가 경찰 수사로 확인된다면 범인도피교사나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가 추가될 수 있다.
#음주운전 #뺑소니 #김호중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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