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지원금보다 산재 위험 더 커… “임금 더 주고 젊은층 쓸 것”
작년 산재 보상 승인 사망자 분석
60세 이상 첫 과반… 52.1% 차지
2013년 29.8%서 매년 지속 증가
정부 ‘계속고용장려금’ 기간 확대
업체선 “지원금 몇푼이야 일시적
사고 터지면 회복 불가능한 피해”
전문가 “고령화 친화 일자리 필요”
1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보상이 승인된 사망자 중 60세 비율이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업재해 보상이 승인된 재해 사망자 수는 2016명으로 사고 사망자는 812명, 질병 사망자는 1204명이다. 이 중 60세 이상 사망자는 1051명으로 전체의 52.1%를 차지했다. 사고 사망자 중에선 45.8%, 질병 사망자 중에선 56.4%가 60세 이상이었다.
기업들은 고령자를 채용하기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산재사고 위험’을 꼽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고령자 노동시장의 수요자 측 분석’ 보고서에서 사업체 763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고령자를 고용할 때 가장 방해되는 요인 1순위는 ‘산재 사고 위험’(27.1%)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는 ‘자격·경력이 맞지 않아서’(19.5%), ‘지원자 부족’(18.5%), ‘오래 일하지 못할 것 같아서’(14.8%), ‘근로자 요구를 맞추기 어려움’(8.0%) 순이었다.
올해 1월부터 중대재해법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들은 고령자 채용을 더 주저하게 됐다고 입을 모은다. 경기 시흥시에서 금속 스프링 제조업을 운영하는 조성기(63) 오성스프링 대표는 “중대재해법 시행 뒤 공장에서 (직원들에게) ‘천천히 다니시라’, ‘조심하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했다. 그는 “직원 10명 중 2명이 60대인데 올해를 포함해 당분간은 60대 이상은 뽑을 계획이 없다”며 “고령자가 성실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중대재해법 때문에 작업할 때 위축되는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중대재해법 앞에서는 ‘계속고용장려금’ 같은 정부 지원 정책도 무용해진다.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 이후 노동자를 계속고용하는 중소·중견기업 사업주에게 근로자 1명당 분기별 90만원을 지원하는 것이다. 올해부터는 지원 기간이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노동자 한 명당 최대 1080만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 셈이다.
조 대표는 계속고용장려금을 활용하고 있지만, 중대재해법 영향으로 고령자를 고용하는 부담이 더 크다고 토로했다. 그는 “지원금 몇 푼이야 일시적인 것이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피해가 크지 않냐”며 “임금을 더 주더라도 쓸 수만 있다면 젊은 직원을 쓰고 싶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장려금 같은 인센티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한계도 있다고 지적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계속고용장려금은 사업주 결정에 좌우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도 “장려금이 일부분 도움은 되지만 만능 해법은 아니다”라며 “지원금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써야 하고,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고령자 친화 일자리와 작업 환경을 만드는 데 정부가 공을 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민·채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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