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노조파괴’ 사용자 처벌하지 말자고요?

박태우 기자 2024. 5. 20.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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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는 경영계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가 한국에만 존재하고, 굳이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통해 '원상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국가가 형벌을 동원해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노사 당사자가 참여하는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은 구제신청하는 노동자·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가 존재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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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폐지’는 경영계의 오랜 숙원 가운데 하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지난 8일 기업 200곳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고용노동 입법 설문조사’에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입법’ 가운데 4위에 위치했다. 경영계가 형사처벌 폐지를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 제도가 한국에만 존재하고, 굳이 형사처벌이 아니더라도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을 통해 ‘원상회복’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국가가 형벌을 동원해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한겨레가 분석한 2017~2023년 법원의 부당노동행위 형사 1심 판결 168건을 통해 확인되듯,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자들에게 집단적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하청업체를 폐업시키고, 징계 사유를 찾아내 징계하고, 노동자들의 동료를 부추겨 어용노조를 설립하게 하는 행위는 노동위원회가 사용자에게 사후에 ‘구제명령’을 한다 해도 피해가 온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2022년 헌법재판소 역시 형사처벌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원상회복주의만을 취할 경우 부당노동행위 그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처벌도 따르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부당노동행위 금지에 대한 규범의식이 결여될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게다가 형사절차가 아니면 부당노동행위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노사 당사자가 참여하는 노동위원회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심판은 구제신청하는 노동자·노동조합이 부당노동행위가 존재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노동위원회가 직권조사를 아무리 강화한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보다는 못할 것이다. 에스피씨(SPC)나 삼성전자서비스·에버랜드 노조와해 사건 등은 검찰의 강제수사로 실체가 드러났다.

168건의 판결문 가운데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말은, “부당노동행위는 안 무섭냐고요? 벌금 200만원 내면 돼요”라는, 한 하청업체 대표가 노조에 가입한 직원들을 불러다 놓고 탈퇴를 종용하며 했던 말이다. 노동부·검찰은 물론 법원도 국회도 이 말에 주목했으면 좋겠다. 사용자들은 노조활동을 이유로 손쉽게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징계하지만,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받지만, 사용자들은 그냥 ‘벌금 200만원만 내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부당노동행위의 법정형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인데, 쟁의행위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흔히 적용받는 ‘업무방해죄’의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낮다. 부당노동행위가 ‘위력’으로 노조의 ‘업무’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처벌도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 법정형이 높아지고, 실제 판결 형량도 높아져야 형벌의 목적인 ‘범죄의 예방’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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