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심의 21일 시작,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 주목

손덕호 기자 2024. 5. 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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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행 첫 해인 1988년만 업종별 차등
공익위원 전원 文정부 위촉이던 작년에는 부결
올해 공익위원 대폭 교체로 상황 변화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최저임금 서비스 노동자 장보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 최저임금 논의가 21일 시작된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것인지가 주목된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지난 1988년 단 한 차례만 적용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최저임금을 크게 높인 이후 차등 적용 논의가 계속됐지만 지금까지 채택되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업종에서 숨통이 트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근로자 7명 중 1명 최저임금 못 받아… 경영계 “업종별 차등 두자”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21일 첫 전원위원회를 개최하고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1만원’ 구호를 외친지 13년 만인 내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이 올해(9860원)보다 1.42%만 오르면 1만원을 돌파한다. 역대 가장 낮았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1.5%(2021년)이다.

주목되는 점은 업종별 차등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 차등이 이뤄진 때는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 뿐이다. 경영계는 지난해에도 편의점, 음식숙박업, 택시운송업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주장했지만 최저임금위에서 부결됐다.

지난해 6월 2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7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를 비롯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구분적용 필요성을 강조하는 손 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선DB

경영계는 올해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는 301만1000명으로 전년보다 25만명 늘었다고 했다. 전체 근로자 중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비율(최저임금 미만율)은 12.7%에서 13.7%로 높아졌다. 농림어업(43.1%)과 음식숙박업(37.3%)은 최저임금 미만 비율이 높았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 한다”며 “업종에 따른 경영 환경 차이를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주장은 정부 측에서 먼저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돌봄서비스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죽하면 그런 이야기를 했겠나”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내국인 가사도우미와 간병인의 임금 수준은 부담이 크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익위원 9명 중 7명 노동계 반대… 구성 바뀌어 최저임금 차등 가능성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윤 대통령이 공언한 최저임금 차별 적용 시도를 포기하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민주당 22대 국회 당선인들과 만나서도 “윤 대통령은 사문화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을 무덤에서 꺼내려 한다”며 “함께 싸워달라”고 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았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정부와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 하향’을 목적으로 한다”며 “최저임금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이수진 의원 등이 19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 당선인 축하 간담회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계가 민주당에 ‘함께 싸워달라’고 한 것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이 바뀌면서 실제 차등 적용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해 최저임금위에서 최저임금 업종 구분 안건은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근로자위원 9명(지난해에는 1명 공석),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당시 표결에서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2명 등 11명이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찬성하고 근로자위원 8명, 공익위원 7명 등 15명은 반대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표결이 이뤄지면 공익위원들이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임기는 3년이다. 지난해 활동한 공익위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위촉됐다. 그러나 이번에 활동하는 공익위원들은 모두 현 정부에서 위촉됐다. 하헌제 상임위원을 제외한 공익위원 8명 중 6명이 교체됐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정책을 마련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오은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2021년에 이어 이번에도 위촉됐다.

이번에 위촉된 공익위원들은 대부분 중도 또는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한국노총·민주노총은 공동 성명서에서 권순원·김기선·이정민·이인재·성재민·김수완·안지영 위원이 공익위원으로 임명된 것은 잘못이라며 정부에 “당장 철회하라”고 했다. 특히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부원장에 대해서는 “지난해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연구의 책임연구자”라고 반대 사유를 들었다. 한국노총·민주노총은 그러면서 공익위원 7명을 위촉 철회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위 심의가 파행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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