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준 재능 왜 버려야만 했나…장재영, 배트를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
[스포티비뉴스=고척, 최민우 기자] “아깝다.”
키움 히어로즈 장재영(22)이 투수가 아닌 타자로 뛴다. 키움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오른손 투수 장재영이 타자로 전향한다. 팔꿈치 부상을 당한 장재영은 구단과 치료 과정을 논의하던 중 팀과 선수의 미래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타격 훈련에 집중할 예정이다”며 장재영이 타자로 전향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장재영은 덕수고 재학 시절부터 ‘파이어볼러’로 명성을 떨쳤다. 최고 158km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뿌리며 국내 스카우트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구단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신장 188cm 체중 95kg의 탄탄한 체격 조건을 갖추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타자로도 뛰었던 장재영은 파워를 과시하기도 했다.
투타 모두 재능을 갖췄지만, ‘투수’ 장재영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던 건 사실이다. 장재영은 덕수고 2학년 시절 2019년 기장에서 열린 제29회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승선했다. 당시 장재영은 ‘타자’로만 뛰었다. 장재영의 모습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A구단 스카우트는 스포티비뉴스에 “타자 장재영은 레이더에 없다. 타자 장재영은 연습 배팅 때 비거리가 어마어마하다. 파워가 있다. 하지만 투수가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공을 꽂아 넣으면 밸런스가 흐트러진다. 투수 장재영이 더 매력적이다”고 평가한 바 있다.
장재영도 메이저리그 도전과 KBO리그 진출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결국 후자를 택했다. 코로나19 펜데믹 탓에 메이저리그가 신인 드래프트와 국제선수 계약 규모를 축소했고, KBO리그도 학교 개학이 늦어지면서 드래프트 일정을 늦췄다. 결국 장재영은 한국에서 야구를 하기로 했고, 2021년 키움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다.
구속은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재능이 아니다. 수많은 투수들이 구속을 늘리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지만, 150km. 그 이상을 던질 수 있는 투수는 한정적이다. 하지만 장재영은 이미 고교 1학년 때부터 150km를 찍었다. 선수 스스로도 노력을 했던 것도 있지만,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빠른 공을 구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장재영은 프로에서 제구 난조를 극복하지 못했다. 마운드에서 타자를 상대하는 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는 날이 더 많았다. 1군보다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던 이유다. 장재영도 제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일기를 쓰며 마음을 추스르는 방법을 터득하려 했다. 올 시즌에는 선발진 한축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며 절치부심했지만, 부상 악재와 마주했다.
팔꿈치 인대가 손상된 장재영은 수술과 재활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고심했다. 수술을 받고 곧바로 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 안우진이 팔꿈치 수술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하지만 장재영은 재활을 택했고, 팔꿈치가 회복되는 동안 타자롤 전향하기로 결정했다.
사령탑도 장재영의 투수로서 능력이 아깝긴 마찬가지다.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홍원기 감독은 “(투수 장재영의 재능이) 아깝다. 150km 이상 공을 던지는 재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인 때부터 장재영을 지켜봤고, 또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성장하면 좋겠다는 희망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며 씁쓸해 했다.
장재영과 키움 구단 모두 쉽지 않은 선택을 했다. 키움은 투수 장재영에게 투자한 금액도 컸기 때문. 장재영은 입단 당시 9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버건디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입단한 안우진의 6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을 받았다. 아울러 KBO리그 역대 신인 2번째 최고액을 받았다. 1위는 2006년 KIA 타이거즈 한기주의 10억원이다. 하지만 키움은 장재영의 미래를 위해 타자 전향을 제시했다.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이 심적으로 힘들어했다. 지난 4년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고심을 했다. 하지만 제구 문제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했다. 그러다 팔꿈치 부상을 입고 타자 전향을 결정한 것 같다. 선수 본인 의사도 있었지만, 나 역시 장재영이 제구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타자 전향을 생각했었다. 그러다 팔꿈치 부상을 입고 난 후 장재영이 투수에 대한 미련을 많이 접은 것 같았다”며 그동안 장재영이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고 전했다.
타자로 재능도 분명히 있는 장재영이다. 덕수고 3학년 때 장재영은 18경기 3홈런 21타점 20득점 타율 0.353(41타수 18안타)를 기록했다. 키움은 “장재영이 덕수고 시절에도 투수 못지않게 타격에도 재능을 보였다. 프로에서도 스프링캠프 기간 타격 훈련을 병행한 경험이 있다. 적응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 판단한다”며 장재영이 타자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장재영은 유격수로 뛰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키움은 중견수 자리를 제안한 상황. 일단 장재영은 유격수와 중견수 모두 준비한다.
홍원기 감독은 장재영이 고교 시절 뛰어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고 하더라도, 프로에서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 내다봤다. 홍원기 감독은 “아마추어 때 잘했던 타자들도 프로에서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또 투수로 이미 3년의 시간을 보냈다. 타자로 어떻게 적응하는 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포지션은 차후 문제다. 팔꿈치 부상이 있기 때문에 당장 유격수로 뛰는 건 무리다. 공을 많이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나는 외야수를 추천했다. 그러면서 타격에 전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하지만 선수가 유격수에 애착을 갖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훈련하기로 했다”며 장재영의 타자 전향이 성공하기 위한 플랜을 설명했다.
타자로 커리어를 새롭게 시작한 장재영. 오는 21일 이천에서 열리는 퓨처스리그 두산 베어스전에 타자로 출전한다. 타자로 자리를 잡는다면 1군에서도 장재영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홍원기 감독은 “팔꿈치 때문에 일단 장재영은 지명 타자로 출전한다. 수비 훈련도 공을 던지는 건 제외한다. 우선 공을 받는 훈련부터 소화할 계획이다. 만약 2군에서 장재영에 대한 정말 좋은 보고가 올라온다면, 1군에서 뛸 수도 있을 것이다.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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