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해외직구 차단, 과도해"…尹 정부에 각 세우고 '당 대표' 도전?

박상곤 기자, 안재용 기자, 박소연 기자 2024. 5. 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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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위원장직 사퇴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나서고 있다.(공동취재) 2024.4.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4·10 총선(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참패 후 잠행에 들어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최근 곳곳에서 목격담이 제기되며 존재감을 드러낸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결심을 굳히고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인 18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개인 해외직구 시 KC(국가인증통합마크) 인증 의무화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며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직구) 금지 정책을 비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규제를 과감히 혁파하고, 공정한 경쟁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정부"라며 "국내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품의 안전을 꼼꼼히 챙기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그러나 5. 16. 발표처럼 개인의 해외직구 시 KC 인증을 의무화할 경우 적용 범위와 방식이 모호하고 지나치게 넓어져 과도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전 위원장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건 총선 참패로 잠행에 돌입한 뒤 두 번째다. 특히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 만에 침묵을 깬 한 전 위원장이 정부 정책과 관련한 입장을 남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4·10 총선 참패 후 잠행에 들어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8일 처음으로 정부 정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 곳곳에서 목격담이 제기되며 존재감을 드러낸 한 전 위원장이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 결심을 굳히고 몸풀기에 나선 것 아니냔 관측이 나온다. /사진=뉴스1

이날 한 전 위원장이 올린 글로 인해 최근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출마설은 더욱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8~9일 뉴시스가 여론조사 전문 기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의 국민의힘 당대표 적합도는 26%로 유승민 전 의원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지지층 내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48%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2위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었다.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물러나 잠행을 이어가고 있는 한 전 위원장의 목격담도 최근 곳곳에서 나온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1일 서초구 양재도서관에 모습을 드러내고 13일에는 원 전 장관과 도곡동 한 식당에서 만나는 목격담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전 위원장의 팬덤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총선 전 1만8000여명의 회원 수를 기록했던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는 19일 기준 6만 8000여명까지 회원 수를 늘리며 세를 키우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위드후니에선 한 전 위원장의 당 대표 선거 출마에 대비해 당원 가입 독려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해 책임당원이 돼야 전당대회 선거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7월10일 이후 열리면 지난 10일까지 입당한 당원들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민의힘으로 대한민국살리기' 제22대 총선 파이널 총력유세를 마친 뒤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04.09. suncho21@newsis.com /사진=

한 전 위원장이 정부의 KC 인증 의무화 규제를 언급한 건 전당대회 출마에 어느 정도 뜻을 굳히고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려는 의도란 해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들은 앞다퉈 정부의 이번 해외직구 관련 규제정책에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18일 오전 "KC 인증이 없는 80개 제품에 대해 해외직구를 금지하겠다는 정부 정책은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안전을 내세워 포괄적 일방적으로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것은 무식한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도 한 전 위원장과 거의 같은 시간에 'KC 미인증 제품 해외 직구 금지, 이틀 만에 보류'라는 기사를 공유하며 "다행이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안전성 조사 결과에서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반입을 제한해 나갈 계획"이라며 사실상 직구 금지 방침 철회 입장을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19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국민의힘 유력) 당권 주자들 세 명이 표현만 다를 뿐, 똑같은 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한 전 위원장이) 그 대열에서 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 본인이 당대표에 나가겠다고 생각했으니 저런 표현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신 교수는 "(한 전 위원장이 당대표에 출마하려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KC 인증 의무화 규제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봐야 한다. 윤석열 정부와 관계를 표현하려는 과정 중 하나"라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한 위원장의 등판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한 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한 에이스리서치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무작위로 추출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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