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고 말겠단 野 힘없는 與...22대 국회 '법사위' 향방은?
여야가 제22대 국회 원 구성 논의를 본격화한다. 4·10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장뿐 아니라 통상 원내 2당이 맡아온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과 여당 몫으로 여겨져 온 운영위원회 위원장직까지 품고 야권 중심의 개혁국회에 드라이브를 걸겠단 심산이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원 구성 및 의사일정 협의를 위한 사전 논의에 착수했다. 이르면 이번 주 초 회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만남이 이뤄져도 협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찌감치 18개 상임위원회 배분을 놓고 만남 전부터 양측이 극심한 이견을 보여서다. 최대쟁점은 법사위·운영위 위원장직을 어느 당이 차지할지 여부다.
그중에서도 법사위원장 자리를 두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법사위는 다른 상임위에서 다뤄진 법안들을 본회의에 상정할지 여부를 판단한다. 사실상의 상원 역할이란 평가가 나올 정도로 권한이 막강하다. 이로 인해 그동안 원내 1당이 국회의장을 배출하는 대신 2당이 법사위 위원장직을 맡는 게 관례처럼 이어져 왔다.
22대 국회의 2당이자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사위와 운영위의 위원장직 모두 자신들의 몫이란 입장이다. 문제는 구속력 없는 관례가 지켜지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18개 전체 상임위 가운데 의석수 배분에 따라 법사위·운영위를 포함한 11개 위원장직을 가져오겠단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민주당은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1년 2개월간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한 바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국민의힘과의) 협의가 중단·지연되면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결정되는 게 적절하다"며 "충분히 교섭하겠지만 너무 지체돼 국회 기능을 지연시키는 상황이 국회법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민주당이 독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 민주당 의원도 지난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원 구성 협상 시한과 관련해 "(상임위 배분은) 6월 중으로는 끝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우 후보가 사실상 '여야 합의가 안 되면 국회법에 따른 의장 권한을 발동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장은 물론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하려는 이유는 22대 국회의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올 수 있어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은 21대 국회 후반기엔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법안을 의결하더라도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국회법에 보장된 패스트트랙(의안신속처리) 등을 활용해 법안을 일방 처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국회법상 최소 270일, 최장 330일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선 '개혁법안의 처리를 위해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도 민주당 몫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선 민주당이 법사위원장까지 차지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요청하는 것 외에는 마땅한 견제 수단이 없어지는 만큼 반발의 강도가 높지만 대응책이 마땅치 않은 게 현실이다. 여기에 오는 21일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상 테이블에서 여권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21대 국회서 180석을 얻고도 법사위에 발목을 잡혔던 민주당 입장에선 22대 국회에서 법사위원장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남발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 주도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협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상당히 전향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대통령 및 대통령 주변인에 대한 수사에 협조적이거나 지체된 민생법안을 수용하는 방식의 태도 변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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