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칸에 누가…" 벽에 난 구멍만큼 심장 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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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1시쯤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지난달에는 또 다른 20대 남성이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 건물 여자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화장실을 살펴보니 대부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했다.
지난해에는 대변기 칸막이 아랫부분은 바닥과 5㎜ 이내로 설치돼야 한다는 공중화장실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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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1시쯤 서울 시내의 한 식당. 외부에 따로 마련된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남녀 공용 화장실이 나왔다. 남녀 화장실은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칸막이 아래는 5㎝ 남짓의 빈틈이 있어서 서로 쉽게 노출될 수 있는 구조였다. 30대 직장인 여성 최모씨는 "이곳에 오면 친구한테 꼭 망을 봐달라고 한다"며 "화장실 옆 칸에 모르는 이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무섭다"고 말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8주기'를 맞은 이날 서울 시내 화장실 다수가 안전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식당·카페 외부에 설치된 화장실은 인적도 드물고 비상벨도 없어 응급 상황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 2016년 5월17일 20대 여성이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가해자는 몰래 숨어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온 일면식 없는 여성을 무참히 살해했다. 가해자는 체포 직후 경찰에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화장실 내 사건 사고는 여전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공중화장실에서 발생한 범죄는 총 1만9286건이다. 연도별로 △2018년 4224건 △2019년 4528건 △2020년 3852건 △2021년 3154건 △2022년 3528건을 기록했다.
지난 7일에는 20대 남성이 2019년 9월부터 약 3년간 873회에 걸쳐 남자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장면을 불법 촬영해 구속 기소됐다. 지난달에는 또 다른 20대 남성이 서울 강남구의 한 상가 건물 여자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화장실을 살펴보니 대부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야 했다. 남녀 공용 화장실은 문이 닫히는 순간 좁은 공간에서 남녀가 한 곳에서 용변을 봐야 했다. 일부 여자 화장실은 칸막이 벽에 구멍도 뚫려 있었다. 10개 구멍 중 8개는 못으로 구멍을 막아놨지만 나머지 2개는 휴지로만 임시 조치를 했다.
지하철 등 공중 화장실은 위험 상황에 도움을 요청할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지만 식당·카페 등은 그렇지 않았다. 개인이 운영하는 화장실이 건물 밖에 있거나 인적이 드문 곳에 있으면 위급 상황에 사람이 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시민들은 화장실을 갈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했다. 30대 여성 신모씨는 "식당 화장실에 가면 꼭 휴대폰을 챙긴다"며 "칸막이 아래에 카메라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습관이 됐다"고 말했다.
30대 이모씨는 "(남녀 공용) 화장실 밖에서 기다렸는데 여자 분들이 나올 때가 있다"며 "이상하게 쳐다볼까봐 의식된다"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는 화장실 안전을 위해 매달 2회씩 각 구에 있는 화장실 내부를 점검하는 '시민 감시단'을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공원, 복지관, 대형 교회, 공공화장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대변기 칸막이 아랫부분은 바닥과 5㎜ 이내로 설치돼야 한다는 공중화장실법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의결되기도 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화장실이 쉽게 개방되어 있어서 누구나 출입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식당, 카페 등 개인이 관리하는 화장실도 안심 장치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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