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때 만든 서울 ‘공공 돌봄’, 약자보다 노조 챙기다 끝나

최종석 기자 2024. 5.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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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회서비스원 폐원 수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17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사원 폐지 조례에 반발해 결의대회를 하는 모습.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는 서사원 폐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오세훈 시장이 재의 요구를 하지 않으면 20일 최종 공포된다. /뉴스1

문재인 정부 시절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요양보호 서비스를 하겠다며 만든 사회서비스원 중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폐원 수순을 밟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시의회에서 폐지 조례가 통과했고 서사원 노사 간 협상도 최종 결렬됐다. 서울시장의 재의 요구 시한은 20일인데 재의 요구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서사원 노조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가 공공 돌봄 서비스를 포기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며 결의대회를 열었다.

서사원은 2019년 설립된 이른바 ‘공공 돌봄 서비스’ 기관이다. 요양보호사의 고용 안전성을 높이고 돌봄 사각지대를 메우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하지만 지난 6년간 세금 830억원을 쓰고도 본래 목적과 달리 “민주노총 소속 0.22% 요양보호사만을 위한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요양보호사의 처우나 요양 서비스의 질은 개선되지 않은 채 서사원 소속 정규직 요양보호사만 상대적으로 높은 처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서울시사회서비스원공대위 공동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에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는 총 7만5204명으로 이 중 서사원 소속 요양보호사는 169명(0.22%)이다. 이들 대부분이 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해 있다.

서사원 요양보호사들은 방문한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민간 요양보호사와 달리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는다. 서사원 요양보호사 대부분이 전일제로 일하는 정규직인데 2024년 1월 기준 월평균 239만원을 받는다. 이는 같은 시간 일한 민간 요양보호사의 1.6배 수준이다. 여기에 별도로 연간 96만원의 복지 포인트와 건강검진비(30만원)가 나온다. 가족수당, 명절수당도 있다.

그래픽=김하경

지난해 서사원은 7만7847건의 요양 보호 서비스 실적을 올렸다. 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요청하면 배정받은 요양보호사가 방문한다. 하지만 흔히 돌봄 사각지대로 불리는 주말이나 야간 서비스 실적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사원 요양보호사들이 주말에 방문한 실적은 1251건으로 전체 실적의 1.6%에 불과했다. 야간에 방문한 사례는 3건뿐이었다. 이에 대해 서사원 관계자는 “노사 간 단체협약에 따라 오전 9시~오후 6시만 근무하게 돼 있어 주말·야간 서비스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 돌봄 서비스 이용자 중 중증 노인 비율은 2022년 기준 36%로 민간 업체(평균 47%)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공개한 감사 자료에서 “서사원을 월급제로 운영하는 대신 최소 근로 시간을 정해 놨는데 2021년 기준 235명 중 157명(66.8%)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전일제 요양보호사의 경우 하루 적어도 6시간은 서비스 업무를 해야 하지만 평균 4.3시간만 일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사원은 경직된 월급제를 업무량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성과급제로 바꾸려고 했지만 단체협약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서사원 관계자는 “다른 서울시 산하기관과 달리 서사원은 노조원의 근무시간 등을 바꾸려면 노조와 ‘합의’를 하도록 돼 있다”며 “이런 악성 조항을 고쳐야 하지만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3월부터 103번 교섭했는데 폐원 직전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한다.

최균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공은 민간이 하기 어려운 영역을 메워줘야 하는데 세금을 들여 좋은 직장을 하나 만든 것”이라며 “노조 일자리만 만든 공공 돌봄 정책의 실패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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