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韓 주도 HBM 패권 노린다…삼성은 핵심 부품 직접 생산 맞불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공동 개발하기로 한 SK하이닉스와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TSMC의 밑그림이 나왔다. TSMC는 지난 14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TSMC 유럽 기술 심포지엄’ 행사에서 “HBM4(6세대 모델)의 ‘베이스 다이’에 12나노급 공정과 5나노급 공정 기술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HBM은 ‘베이스 다이’라고 불리는 틀에 D램 반도체를 겹겹이 쌓아 올리는 형태다. 현재는 D램과 베이스 다이를 SK하이닉스가 모두 생산하고, TSMC가 이를 받아 다른 부품과 함께 패키징(조립)한 후 엔비디아에 납품해 왔다. 하지만 베이스 다이를 TSMC가 최첨단 공정으로 생산하기로 하면서, HBM 시장에서 TSMC의 기술적 영향력이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반도체 설계)-SK하이닉스(HBM 생산)-TSMC(패키징)의 ‘3자 연합’이 각자 역할 분담을 하며 주도해 왔다. 하지만 TSMC가 차세대 HBM부터는 생산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게 되면서 TSMC에 대한 기술적 의존이 커지게 됐다. 반면 삼성전자는 베이스 다이까지 직접 생산하면서 이에 맞설 계획이다.
◇TSMC, HBM 시장의 메기?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SK하이닉스가 약 50%, 삼성전자가 약 40% 차지하고 있다. 엔비디아 물량은 SK하이닉스가 독점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부터 5세대인 HBM3E(8단)를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베이스 다이는 SK하이닉스가 자체 공정으로 생산해 왔다. 베이스 다이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나 주문형 반도체와 연결돼 HBM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내년까지 개발 예정인 6세대 HBM4는 베이스 다이의 공정을 5나노 이하로 바꿔야 한다. 초미세 공정으로 회로 선폭을 줄이면, 웨이퍼(실리콘 소재 원판)에 더 많은 회로를 그릴 수 있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할 수 있는 업체는 파운드리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 두 곳뿐이다. SK하이닉스로선 HBM 경쟁자인 삼성전자와 베이스 다이 개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TSMC가 유일한 선택지다. 6세대 이후 HBM에서 베이스 다이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HBM 시장의 판도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양분하는 HBM 생산 시장에 TSMC가 비집고 들어온 셈이다. 게다가 차세대 HBM에서 패키징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TSMC의 입지는 더 강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측은 “TSMC와는 상호 협력과 협업을 하는 관계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관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HBM 주도권 싸움 시작
SK하이닉스와 TSMC의 차세대 HBM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삼성전자의 대응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을 모두 하는 강점을 내세워 차세대 HBM 주도권을 가져온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3월 차세대 HBM을 개발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리면서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후공정 등 삼성전자가 보유한 반도체 각 분야의 인력을 한군데에 모았다. 차세대 HBM의 베이스 다이 역시 삼성은 자사 파운드리에서 제작할 수 있다.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우위에 있을 수 있는 턴키 전략(일괄 시행)을 추진하는 것이다.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빅테크와 엔비디아와 같은 AI 반도체 업체들이 개발 속도를 내면서 HBM 경쟁도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현재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 제품은 5세대인데 벌써 차차세대인 7세대 HBM4E 개발 계획까지 나올 정도다.
김귀욱 SK하이닉스 HBM첨단기술팀장은 지난 13일 ‘국제 메모리 워크숍’에서 “HBM 1세대가 개발된 후 2년 단위로 세대를 거듭해 발전했지만, HBM3E부터는 1년 단위로 세대가 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HBM4E(7세대)는 내후년인 2026년 기술 개발이 완료된다는 것이다.
☞베이스 다이(base die)
SK하이닉스는 베이스 다이, 삼성전자는 버퍼 다이라고 부른다. 로직 다이라고도 한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는 베이스 다이 위에 D램을 쌓아 올린 뒤, 여기에 미세한 구멍들을 수직으로 뚫어 연결해 만든다. 5세대 HBM까지 베이스 다이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연결돼 HBM을 제어하는 단순한 역할을 했지만, 6세대부터는 일부 연산까지 직접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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