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앞에 놓인 3대 난제… ①中 위협 ②美 대선 ③여소야대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5.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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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단절… “최악땐 10년 내 전쟁”
올해 1월 12일 총통 선거 유세 현장에서 대만 기자들과 대화하는 라이칭더. 그는 5월 20일 대만 총통에 취임했다./이벌찬 특파원

“라이칭더가 차이잉원의 양안(중국 본토와 대만) 노선을 계승하면 ‘반중(反中)·항중(抗中)의 길을 걷는 것.”(중국 관영 환구시보)

대만 독립 성향인 라이칭더가 20일 총통(대통령 격)에 올라 반중·친미(親美) 노선을 이어가게 되면서 대만해협의 긴장이 전례 없이 고조될 전망이다. 민진당의 장기 집권과 대만의 탈(脫)중국 기조에 조바심이 난 중국이 ‘라이칭더의 대만’에 경제·정치 압박을 총동원하고, 글로벌 물류·에너지 통로인 대만해협에서 잦은 군사 위협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안 대화가 단절된 상황에서 미·중 갈등까지 격화된다면, 대만은 중국의 통일 압박에 휘청거릴 수 있다.

◇'반중·친미’ 라이칭더가 직면한 도전

라이칭더가 집권기에 맞이하는 최대 도전은 대만 주변 하늘과 바다를 침범하는 중국의 무력 협박(武嚇·무하)이다. 중국은 라이칭더가 지난 1월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대만의 영공·해상 ‘경계 지우기’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9일에는 대만의 진먼다오 부근 제한 수역에 중국 선박과 해경선 12척이 진입했고, 14일에는 5척이 이곳에 재차 집결했다. 지난 2월엔 중국 민용항공국이 대만해협 민간항로(M503)를 조정해 중국과 대만의 공중 경계선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 가까이에 다가가기도 했다. 중국 군용기의 대만해협 중간선 침범은 상시화되고 있을 뿐 아니라, 머무는 시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라이칭더에겐 이런 중국의 ‘회색지대(전쟁이 아닌 군사 수단)’ 전략에 일일이 대응해 양안의 군사 긴장을 키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좌시함으로써 양안의 암묵적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을 두고 볼 수도 없다. 이 딜레마 해결이 당면 과제다.

일각에서는 라이칭더 취임으로 인해 10년 안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라이칭더의 4년 또는 8년(연임 시) 집권기에 대만 정부가 중국 지도부와 공식(官方) 대화할 가능성이 극히 낮아 미·중 관계 악화 등 위기에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온전히 미·중 관계에 대만의 미래가 달려 있는 꼴이다. 대만해협에 전쟁이 벌어질 경우 국제사회는 10조달러(약 1경3500조원·블룸버그)의 손실을 입게 된다.

◇美 대선 결과 따라 대만 안보 흔들릴 듯

대만을 둘러싼 해상에서 중국과 미국 우방들의 대결이 격화되는 것도 라이칭더에게는 큰 부담이다. 대만 북쪽의 동중국해에서는 중국 선박이 매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에 진입하고 있다. 대만 남부의 남중국해에서도 중국 선박과 필리핀 선박들이 충돌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30일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선 중국 해안경비대가 필리핀 해양 경비대와 정부 선박에 고압 물대포를 발사하기도 했다. 대만 인근에서 언제든 ‘화약고’가 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대만 안보가 흔들릴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미국은 지난 집권 1기(2017~2021년) 때보다 더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추구하며 중국과 충돌할 수 있다. 미국의 우방국들과 대만의 안보 협력도 크게 약화된다. 일각에선 라이칭더가 부총통 시절 미국 정부와 신뢰 관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례 없는 통일 공작에 맞서는 ‘여소야대’

중국은 강도 높은 ‘통일 공작’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지도부는 최근 ‘대만해협 평화’를 ‘대만 통일’의 동의어처럼 쓸 만큼 통일 의지가 강하다. 이 때문에 중국은 향후 대만을 향해 문공(文攻·말로 공격), 경제 제재, 중국 내 대만 독립 저지 법안 개정, 대만 여론 조작 등 수단을 적극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외부 도전에 강력한 리더십으로 맞서야 하는 라이칭더의 정치 기반은 정작 크게 약화됐다. 라이칭더는 1996년 이후 당선된 총통 중에 천수이볜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한 ‘약세 총통’이다. ‘국회 과반’도 달성하지 못해 ‘여소야대’ 국면을 맞았다. 실제로 17일 대만 입법원(국회)에서 야당인 국민당과 민중당이 내놓은 법안을 여당인 민진당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져 의원 6명이 병원에 실려갔다. 이날 제1야당인 국민당은 제2야당 민중당과 손잡고 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5대 국회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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