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보양식 ‘우족’ 천덕꾸러기 신세…마장시장 “반입 그만”

이민우 기자 2024. 5.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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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 변화로 소비 급감...재고 문제 심각
판매상 "반입 중단" vs 중도매인 "점차 축소"
한우협회, 소비활성 중재안 냈지만 협의 난항
서울 마장축산물시장의 한 육가공업체 냉동창고에 보관된 우족. 해당 업체 관계자는 “극심한 소비부진으로 우족 재고만 쌓이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때 국민 보양식으로 사랑받던 우족이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수도권 최대 축산물 유통시장인 서울 마장축산물시장에선 공식적으로 우족 퇴출 논의가 제기돼 유통인간 갈등까지 발생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서울 마장축산물시장 “우족 반입 금지”=마장축산물시장 한우협동조합은 4월 하순 전국 5개 축산물도매시장 소속 중도매인조합에 “우족 공급을 중단해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5월1일부터 우족을 공급하면 즉시 반송 처리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송비 등에 대해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강한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마장축산물시장에서 한우고기와 부산물 등을 유통하는 육가공업체 상당수는 축산물도매시장의 중도매인을 통해 물량을 공급받는다.

그동안 이들 업체와 중도매인 사이에선 지육 1개체(이분도체)를 거래할 때 우족 1벌(4개)까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1지육 1부산물’ 거래 관행이 십수년간 유지됐다. 하지만 올해 관행을 깨고 전면 제동에 나선 것이다.

파열음은 이미 지난해에도 한차례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9월 한우협동조합은 마장축산물시장 162개 업체의 위임을 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 이같은 관행을 불공정거래 행위로 신고했다.

당시 한우협동조합은 중도매인들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우족을 사실상 강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 유통주체간 거래상 지위와 행위의 강제성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신고를 반려했다.

공정위 조치에 따라 올 4월까지도 우족 공급이 이어졌고, 결국 집단행동에 나서게 됐다는 게 한우협동조합 측의 설명이다.

아무도 찾지 않는 우족…백약이 무효=그렇다면 왜 한우협동조합은 반입 거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우족 거래를 중단했을까? 그 배경엔 식문화 변화로 우족 소비가 급감, 시장가격이 폭락한 상황이 놓여 있다.

현재 마장축산물시장 육가공업체들이 중도매인에게서 사들이는 우족가격은 1벌당 평균 2만8000원 내외(암소 기준)다. 여기에는 생산자 수취값(약 8000원)과 가공비(약 1만7000원), 운송비(약 3000원) 등이 포함된다. 반면 육가공업체가 소매업체에 판매하는 가격은 우족 1벌당 5000∼7000원 수준이다.

우족 1벌을 판매할 때마다 평균 2만원 이상의 손실을 보는 구조다. 마장축산물시장의 1일 한우 구매량이 500∼600마리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일 천만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는 셈이다.

조규용 태우그린푸드 상무는 “2008년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 사태가 터진 이후로 소 부산물 중 우족 등 뼈를 우려낸 국물을 먹는 식문화가 쇠퇴하기 시작했다”며 “과거 우족값이 수십만원을 호가했을 때는 우족 강매가 문제 되지 않았지만 몇년 전부터 우족값이 폭락하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한우협동조합 회원 업체들은 우족 재고 적체문제를 지방자치단체 기부 등을 통해 풀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유형진 신선피앤에프 대표는 “우족을 갖고 있을수록 보관비 등 비용만 증가하니 차라리 기부해서 이를 줄이려고 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마저도 우족을 받는 기부처가 없어 사실상 방치 상태”라고 전했다.

한우협회 중재로 육가공업체·중도매인 한자리…협의점 찾지 못해 협상 ‘난항’=이처럼 우족문제가 마장축산물시장과 중도매인 간 대립으로 격화하자 전국한우협회는 중재에 나서는 등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16일 서울 서초구 제2축산회관 한우협회 사무실에서 진행된 ‘한우 우족 유통문제 대응방안 협의’ 회의에는 심판식 마장축산물시장 한우협동조합장과 김형규 충북 농협음성축산물공판장 중도매인조합장 등 양측 대표자가 참석했다.

이날 한우협동조합은 중도매인들이 우족을 마장축산물시장에 보내는 대신 자체 폐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 조합장은 “생산자들의 수취값은 마장축산물시장 업체들이 부담할 테니 중도매인들이 우족을 폐기해달라”고 제안했다.

반면 중도매인조합은 공급 중단보다는 물량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방법을 내놨다. 김 조합장은 “공급 중단보다는 물량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한우협회는 소비촉진을 통해 재고 적체문제부터 해소하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서영석 한우협회 정책지도국장은 “소비부진으로 우족가격이 폭락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나눔 행사 또는 소비자 대상 할인판매 등으로 소비 활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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