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소방관 문신 되고 경찰관은 안 된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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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경찰관을 꿈꿔 온 강호진(27·가명)씨는 최근 경찰 채용 시험을 포기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신은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이 됐지만 경찰관 채용 시 불이익을 받는 규정은 그대로다.
'문신이 경찰의 명예를 훼손하는지 여부'에 대한 채용 평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명확한 크기 제한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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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거 시술해도 채용 들쑥날쑥
업무 특성상 공포 조장 우려도
“크기·노출 등 구체적 기준 필요”
어릴 적부터 경찰관을 꿈꿔 온 강호진(27·가명)씨는 최근 경찰 채용 시험을 포기했다. 20대 초반 친구와 함께 허벅지 안쪽부터 무릎까지 17㎝가량 길이로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사자성어를 ‘우정 문신’으로 새겼는데 이게 걸림돌이 됐다. ‘문신이 있으면 경찰관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피부과 여러 곳을 돌며 상담했지만 제거 시술은 2년에 걸쳐 20회 이상, 비용은 600만~800만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경찰관의 꿈을 접었다. 강씨는 “다른 공무원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왜 경찰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문신은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이 됐지만 경찰관 채용 시 불이익을 받는 규정은 그대로다. ‘문신이 경찰의 명예를 훼손하는지 여부’에 대한 채용 평가 기준이 너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명확한 크기 제한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경찰공무원 채용 시험에 관한 규칙의 신체검사 세부 기준을 들여다본 결과에 따르면 채용 응시자에게 ‘경찰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문신이 있으면 불합격된다. 얼굴, 목, 팔, 다리 등을 포함해 경찰 제복 착용 시 외부에 노출되는 문신이 있을 때 해당된다. 문신 내용에 대한 판단 기준은 ▲혐오성(폭력적·공포감) ▲음란성(성적 수치심) ▲차별성(인종·종교·성별) ▲기타(공직자 직업윤리에 어긋난 이미지) 등이다.
하지만 ‘경찰의 명예 훼손’이라는 문구가 추상적인 데다 유사한 문신이 있거나 문신을 지운 흔적이 있더라도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등 기준도 들쑥날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컨대 올해에는 손가락과 왼팔 등에 문신을 새겼다가 제거 시술을 받은 지원자가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처분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팔과 어깨 등에 문신을 지운 자국이 있는 지원자도 합격했다. 더욱이 소방관이나 일반 공무원은 신체검사 등 채용 과정에서 문신 여부를 별도로 문제삼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군인도 ‘신체 부위의 문신 합계 면적이 120㎠ 이하’라면 간부로 선발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경찰관의 업무 특성상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문신이 대중화됐다고 해도 경찰관 몸에 문신이 있다면 과거 조직폭력배처럼 시민에게 불안감과 공포감을 심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문신의 크기, 제거 시술을 받았을 때의 노출 정도 등 세부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립해야 논란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곽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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