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10㎏ 소포장 구입이 대세…가격·원산지 민감 고객 늘어
즉석밥 존재감 갈수록 커져
가공식품, 수요확대 돌파구
“쌀값 통계 기준 1㎏ 단위로”
생산량보다 소비량이 더 급격히 줄어 발생한 ‘쌀 수급 불균형’은 농업계 주요 난제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인 공급과잉을 억제하고, 식량 안보를 강화하려면 ‘쌀 수요 증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 가운데 코로나19 발생과 1인가구 증가 등 식품 소비를 둘러싼 대내외적 환경이 급변하며, 달라진 소비패턴에 발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3176가구를 대상으로 한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보고서를 최근 내놨다. 경제·사회·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빠르게 달라지는 식품 소비행태를 파악, 정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 뚜렷한 소비 감소세=쌀 소비 감소는 길어진 조달 주기에서 엿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도 ‘2∼3개월에 1회 쌀을 조달한다’는 응답이 50.9%로 가장 많긴 했지만, 2022년(62.4%)과 견주면 11.5%포인트 줄었다. ‘1개월에 1∼2회 이상 조달한다’는 응답은 3.1%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조달 주기를 ‘1년에 2∼3회’(28.6%), ‘1년에 1회 이하’(12.4%)로 꼽은 가구는 2022년과 견줘 각각 7.5%포인트·4.5%포인트 증가했다.
쌀 구입 단위도 점차 소규모화하고 있다. 백미의 경우 ‘10㎏대’로 구입한다는 응답이 49.1%로 가장 높았다. 이어 ‘20㎏대’(44.4%), ‘10㎏대 미만’(6.1%) 순이었다. 소포장 형태의 쌀 구매로 전환하는 추세도 확연하다. ‘10㎏대’ 백미를 구매한다는 가구 비율은 2019년(35.3%)보다 13.8%포인트 증가한 반면, ‘20㎏대 이상’은 10.4%포인트 감소했다.
‘즉석밥’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집에서는 즉석밥만 먹는다는 응답이 2022년 2.6%에서 2023년 4.1%로 증가했다. 특히 1인가구 가운데 즉석밥만 먹는 가구는 9%로 비중이 크다.
쌀 소비 감소의 원인으로 핵가족화, 1인가구 증가 등 인구구조 변화가 자리한다. ‘1개월에 1∼2회 이상’ ‘2∼3개월에 1회’ 등 쌀을 비교적 자주 구매한다는 응답률은 3인·4인·5인이상 가구에서 모두 평균을 웃돌았지만, 1인·2인 가구는 비교적 미미했다.
◆ ‘가격’ 주목하는 소비자 늘어=곡물 선택 기준으로는 ▲가격(22.6%) ▲원산지(21.7%) ▲생산지역(17.2%) ▲품종(13.1%) ▲브랜드(7.1%) 순으로 중요도가 높았다. 이 가운데 가격·원산지를 고려한다는 응답은 2019년보다 각각 5.5%포인트·3.3%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소비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가격’에 더 민감해진 것으로 보인다. 농경연 식품소비트렌드 모니터(농소모)는 지난해 식품 소비 동향으로 ‘알뜰끼니족’을 뽑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고물가가 현안으로 떠오르며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분석이다. 농소모는 이런 기조가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 쌀 수요 확대, 돌파구는=‘쌀밥’ 수요 감소 속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올초 쌀가공식품시장 확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쌀가공산업의 성장을 이끌 10대 유망 품목 육성 등이 방안으로 담겼다. 최영민 쌀가공식품협회 전략기획실장은 “세계적으로 건강식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쌀가공식품이 ‘글루텐프리(gluten free·글루텐이 없는)’라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수출 확대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국내에는 영세한 규모의 쌀가공식품업체가 많아 글루텐프리 인증을 얻기 위한 컨설팅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 구매 단위가 줄어들고, 소비자들이 가격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쌀값의 수량 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식품부는 쌀값 통계 가격과 목표 가격 기준을 ‘80㎏’에 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이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80㎏을 기준으로 하다보니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가격과 괴리가 있다”며 “쌀값 통계 기준 단위를 1㎏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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