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지하철 ‘칸막이’ 제거는 세대 소통 마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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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안이다.
전동차 가운데 일반석에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구석에 있는 노약자석에는 노인들이 몰려 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노약자석을 분리한 칸막이가 노인을 구석으로 몰아 사실상 고립시킨다는 사실이다.
노인을 분리하는 칸막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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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 몰린 노인 사실상 고립
나이 들수록 행복지수 낮아져
건강·돈보다 외로움이 큰 원인
물리적 거리 가까워져야 교류
다양한 제도·아이디어 마련을
지하철 안이다. 전동차 가운데 일반석에는 주로 젊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구석에 있는 노약자석에는 노인들이 몰려 있다. 일반석과 노약자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칸막이가 장벽처럼 존재한다. 노인은 구석에서, 젊은이는 중앙에서 각자의 휴대전화만 탐닉할 뿐이다.
지하철 노약자(경로)석은 1980년 서울지하철 1호선 시절부터 시작됐다. 당시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3.8%에 불과했지만 2025년 20%를 초과하면서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약자석을 지금처럼 분리·운영하는 것은 두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노인 인구의 가파른 증가로 노약자석은 많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노약자석을 분리한 칸막이가 노인을 구석으로 몰아 사실상 고립시킨다는 사실이다. 칸막이 규제는 약자를 보호하거나 시장 질서를 위해 사업(사용) 영역을 구획할 때 편리하게 활용된다. 칸막이 규제의 단점도 존재한다. 사업간 융합과 경쟁을 막아 소비자 편익을 감소시키며 사회적으로는 세대 고립을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칸막이가 문제가 되는 다른 사례도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입시준비 등을 이유로 장애아와 비장애아를 분리·교육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장애아를 고립시켜 사회 적응을 어렵게 한다. 노인을 분리하는 칸막이도 마찬가지다. 노인 우대와 보호라는 좋은 의도와 달리 노인을 ‘사회적 잉여’로 낙인찍을 우려가 있다. 어쩔 수 없이 노약자석을 유지해야 한다면 자리를 띄엄띄엄 배치해 일반석과 자연스럽게 섞이도록 하는 방안이 나아 보인다.
2022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행복, 무엇을 해야 할까’는 나이가 들수록 주관적 행복지수가 낮아진다고 했다. 또 1인가구는 다인가구에 비해 ‘사회적 관계 만족 수준’이 낮으며 행복지수 또한 낮다고 설명했다. 노인의 행복지수가 훨씬 낮은 것은 건강과 돈도 원인이지만 가족·친구가 없는 외로움이 더 큰 이유가 된다. 칸막이 제거 같은 작은 변화가 소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칸막이 제거로 세대간 소통이 소리 없이 시작된 예도 있다. 1984년 개관한 경기과천교육도서관은 노후한 시설을 2년간 공사한 후 4월15일 재개관했다. 과거 이 도서관은 자기 공부를 하고자 하는 학생은 ‘열람실’에서 공부하고, 책을 읽고자 하는 사람은 ‘종합자료실’을 이용해야 했다. 이용을 구분하는 ‘칸막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도서관을 재개관하면서 칸막이를 제거해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다. 과거 종합자료실만을 이용했다는 한 시민은 학생들과 나란히 책을 보면서 젊은이들과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열람실 좌석에서만 공부했던 학생도 독서하는 어른들과 같은 책상을 이용하면서 관계가 조금 자연스러워졌으리라.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지면 소통은 쉬워진다. 서로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노인 고립은 해결이 어렵다고 머뭇거릴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노인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와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꽃보다 할배’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모든 노인이 이 프로그램의 ‘꽃할배’처럼 삶의 주인공이면 좋겠다. 꼰대가 아닌 어른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아름답고 당당하게 걸어가기를 기대한다.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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