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청구서' 든 채 외친 건전재정... 지출 구조조정 한계 우려

변태섭 2024. 5. 20.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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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긴축재정을 재차 강조한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 시 재량지출 증가율을 사실상 '제로(0)'로 묶는 방안에 나선다.

앞서 정부는 3월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하면서 10% 이상 재량지출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뺀 순수한 재량지출(120조~140조 원) 규모를 감안하면 구조조정으로 10조 원대 초반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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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연속 재정지출 구조조정 강조
확보 재원 규모 미지수
총선 청구서에 재원 마련 부담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4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긴축재정을 재차 강조한 정부가 내년 예산안 편성 시 재량지출 증가율을 사실상 ‘제로(0)’로 묶는 방안에 나선다. 신규 사업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으로 충당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두 차례 연속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선 데다, 총선 때 쏟아낸 ‘정책 청구서’까지 담아내야 하는 만큼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라 내년 재정지출 규모는 684조4,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올해보다 27조6,000억 원(4.2%) 증액된 수치다. 이 중 자연히 늘어나는 의무지출 증가액이 25조1,000억 원(약 91%)에 달한다. 재량지출 확대에 쓸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앞서 국가재정전략회의(17일)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각 부처는 부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성과가 낮거나 비효율적인 예산을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배경이기도 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신규 예산사업 재원은 기존 사업 구조조정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쓸 수 있는 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앞서 정부는 3월 예산안 편성 지침을 확정하면서 10% 이상 재량지출을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 등 경직성 지출을 뺀 순수한 재량지출(120조~140조 원) 규모를 감안하면 구조조정으로 10조 원대 초반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2년 연속 20조 원대 규모로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한 만큼 추가 재원 마련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 대응 필요가 커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24번의 민생토론회에서 발표한 각종 정책은 재원 마련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현행 100만 명인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150만 명으로 확대하는 데만 1조 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건설을 포함한 약 134조 원 규모 ‘3대 교통 혁신 패키지’에서 공언한 국비 투자 규모만 30조 원에 달한다.

여야가 앞다퉈 재정확대 정책을 내놓은 것도 재정 상황을 악화하는 부분이다. 일례로 여당 주장에 따라 유아 1명당 월 28만 원씩 지급하는 누리과정 지원금을 표준 유아교육비 수준인 월 55만 원으로 인상할 경우 6조 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 마련에 나설 경우 연구개발(R&D) 예산 대규모 삭감 때처럼 부작용이 다시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출 구조조정만으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정치권이 내놓은 공약에 대한 옥석을 구분하고, 정말 필요한 정책의 재원 부족분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선 등으로 예산 마련에 나서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종=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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