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에 소-인간도 감염… 종 넘나드는 변이 바이러스 나왔다
H5N1, 증식 능력 변이되며 전파… 해양 포유류부터 젖소까지 감염
사람 간 전염 땐 ‘팬데믹’ 우려도
한국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있어… 질병청 “감시-대비 계획 마련 중”
19일 과학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형인 H5N1은 감염된 조류와 접촉한 인간에게 전염되기도 하며 치사율도 약 52%로 높다. 다만 현재까지 인간 사이에서 전염된 사례는 없다. 서로 다른 동물 종에서는 바이러스 침투의 매개인 세포 표면 수용체 등이 달라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H5N1이 변이를 통해 이와 같은 ‘종간 장벽’을 빠르게 넘어 다니며 점차 인간 사이에서도 전파되는 능력이 생길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종간 장벽 넘나드는 ‘H5N1’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면역력이 거의 없는 해양 포유류의 피해가 가장 컸다. 남미 해안과 극지방에 살던 물범, 바다코끼리 등이 집단으로 폐사하고 돌고래까지 감염됐다. 조류 외에도 수많은 종을 감염시킨 것이다.
이후 올해 3월 25일 미국 텍사스주에서 젖소의 H5N1 감염이 처음 보고됐다. 미국 농무부(USDA)가 4월 공개한 데이터를 과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말에서 1월 초 사이 바이러스가 야생 조류에서 소에게 옮겨지며 전염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센터장은 “그동안 소를 포함한 유제류 동물은 D형 인플루엔자에만 감염된다고 알려졌는데 A형 인플루엔자인 H5N1에도 감염된 사례로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 소가 변이 바이러스 ‘교두보’ 역할 가능성
과학자들이 소를 포함한 포유류의 H5N1 감염에 우려하는 부분은 H5N1이 점점 더 다양한 동물을 감염시킬수록 인간들끼리도 전염되는 능력을 갖는 방향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2009년 대유행한 신종플루(H1N1·돼지인플루엔자)도 돼지의 몸에서 바이러스가 변이해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는 능력이 생긴 결과다.
이와 관련해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소가 조류인플루엔자뿐 아니라 인간의 독감 바이러스에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바이오 아카이브’에 이달 3일(현지 시간) 공개했다. 연구팀이 소의 다양한 조직 샘플에서 세포 표면 수용체를 분석한 결과 조류인플루엔자와 인간 독감 바이러스가 결합할 수 있는 수용체가 모두 발견됐다. 연구팀은 같은 세포에 두 가지 바이러스가 동시에 감염되면 ‘하이브리드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에서 바이러스가 변이돼 인간 세포에 침투할 수 있도록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 한국에 전파될 가능성도 배제 못 해
한국도 조류인플루엔자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지역이다. 최 센터장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과거 철새를 타고 구대륙에서 신대륙으로 넘어갔듯이 다시 넘어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20세기부터 네 차례나 대유행을 일으킨 전과가 있는 바이러스다. 학계에서는 다음 전염병 대유행을 일으킬 바이러스로 인플루엔자를 꼽는 목소리가 크다. 이수연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 보건연구관은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는 가금류와 고양이 사례만 있고 인체 감염 사례는 아직 없다”며 “조류와 인간의 인플루엔자 재조합으로 등장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후보군 1순위로 특정해 감시하며 대비 계획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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