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뺑소니 열흘만에 “음주운전 했다”… 경찰 구속영장 검토

손준영 기자 2024. 5.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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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후회-반성” 소속사 통해 사과
구속영장 검토 알려지자 음주 시인
18, 19일 예정됐던 공연은 강행
경찰 “운전자 바꿔치기 등 철저 수사”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가 19일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뺑소니 사고를 낸 지 10일 만이다. 9일 사고 이후 김 씨 측은 내내 음주운전을 부인했을 뿐 아니라 매니저에게 거짓 자백을 요구하며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하는 등 죄를 숨기기 급급했다. 하지만 김 씨가 사고 전 음주했다는 여러 정황과 함께 ‘음주로 판단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가 알려지자 김 씨 측도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결국 ‘선처 호소’로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구속영장 검토’ 알려진 후 음주운전 시인

김 씨는 19일 오후 10시 9분경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내고 “저는 음주운전을 했습니다.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김 씨는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 씨 사건이 처음 알려진 14일부터 “음주운전은 아니다”라고 입장문을 내는 등 수차례 김 씨의 음주운전 혐의를 부인해 온 소속사도 19일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또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9일 오후 11시 50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왕복 2차로에서 뺑소니 사고를 냈다. 하지만 약 2시간 후 매니저가 경찰에 대신 출석해 거짓 자수한 사실이 밝혀지며 ‘운전자 바꿔치기’ 논란이 일었다. 김 씨가 사고 직후 매니저에게 직접 전화해 ‘대신 출석해서 사고를 처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지자 소속사 대표가 “거짓 자수를 지시한 건 나였다”며 입장문을 내고 사과하기도 했다.

김 씨는 사고 이후 약 17시간 만인 10일 오후 4시 반경 경찰에 출석해 뺑소니 사고를 낸 사실을 시인했지만, 이때도 음주운전 혐의는 부인했다. 음주한 시점으로부터 시간이 경과해 호흡 검사로 음주 여부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는 점을 노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당시 호흡 검사에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0.03%) 미만이었다.

● 경찰 “음주 뺑소니 등 철저히 수사”

이후로도 김 씨 측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김 씨의 몸에서 음주 판단 기준 이상의 음주 대사체(알코올 부산물)가 검출됐다는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온 이후 소속사는 공식 입장 표명을 중단했다.

경찰은 10일 김 씨를 1차 조사할 당시 김 씨의 동의를 얻어 소변을 채취해 국과수에 보냈다. 음주 후 약 8시간이 지나면 호흡 검사로 음주 여부를 밝히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 그 결과 김 씨의 소변에서는 음주 판단 기준 이상의 알코올 부산물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17일 알려진 것. 알코올 자체는 술을 마시고 나서 약 8시간이 지나면 날숨이나 소변에서 검출되지 않지만, 그 부산물은 72시간이 지나도록 몸속에 남는다. 국과수는 “김 씨가 사고를 낸 후 소변 채취까지 약 20시간 지난 것에 비춰 볼 때 사고 전 음주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냈다.

여기에 김 씨가 사고를 내기 전 3차까지 이어진 술자리에 참석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김 씨 일행은 사고 당일인 9일 오후 서울의 한 스크린골프장에서 술을 주문했다고 한다. 이후 오후 6시경 강남구 신사동의 한 음식점에서도 소주 5병 이상을 주문했다. 김 씨는 오후 7시 반경 청담동 유흥주점으로 이동할 때 대리운전을 이용했고, 11시경 귀가할 때도 대리기사가 운전했다. 경찰이 이런 점을 고려해 김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한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김 씨는 18, 19일 예정됐던 경남 창원시 콘서트를 강행했다. 그는 이틀간 무대에서 연달아 뺑소니 논란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18일 무대에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후회’다.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언급했고, 19일 무대에선 “죄송하다. 죄는 제가 지었지 여러분은 공연을 보러 오신 것뿐”이라며 관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후 소속사 관계자는 19일 오후 8시경 ‘이르면 20일 (음주운전 여부를 밝히는)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앞당긴 것. 경찰 관계자는 “김 씨의 음주뺑소니 혐의뿐 아니라 운전자 바꿔치기에 관여했는지 여부 등도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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