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럼] 인공지능(AI)과 인공자궁(AU, Artificial Uterus)
남자와 여자가 관계 후 임신이 되면 아기가 태어난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된 수정란이 자궁내막에 착상되면 자궁에서 10개월 간 머문 후에 성숙된 아기가 태어난다. 지금도 이와 같은 자연임신을 통하여 우리는 아기를 낳아서 부모와 형제로 맺어진 가족이 되었다. 농업 사회에서는 모두 자연임신을 통하여 자식을 낳아서 대가족제도를 형성했다. 한 집안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었으며,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손자 손녀들과 함께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면서 같이 살았다.
당시에는 난임이라는 단어도 없었고 난임치료라는 학문도 없었다. 모두 자연임신이 되어서 아기를 잘 낳았다. 그러나 임신이 안되면 방법이 없으니까 포기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1970년도 산업사회를 맞이하면서야 임신이 안되는 난임환자에게 난임치료를 하는 학문이 생겨났다. 그 결과 1978년 7월에 영국에서 처음 시험관아기시술로 임신 후 분만했다는 보도가 나와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즉 이 때까지는 정자와 난자가 엄마 배 안에서 만나 수정되어 임신되었는데 시험관아기시술로 정자와 난자가 엄마의 몸 바깥에서 만나는 체외수정을 통하여 임신이 된 것이다.
자연분만이 어려운 산모에게 제왕절개수술을 통해 산모의 생명을 구한 것처럼 난임부부에게 시험관아기시술을 통하여 출산의 희망을 주게 된 것이다. 1978년 처음 시험관아기 임신 성공 후 46년이 지난 지금은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 남성난임도 쉽게 임신을 시킬 수 있으며 정자와 난자만 있다면 임신의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 결과 혼자 사는 독신녀는 다른 사람의 정자를 공여받아서 시험관아기시술로 아기를 낳기도 한다. 혼자 사는 독신남도 아기를 원한다면 난자를 공여받아 자궁을 빌려주는 대리모를 통하여 시험관아기시술로 아기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인공수정 시험관아기시술로 임신 후 아기를 갖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떤 난임시술을 하든 마지막 과정은 엄마 자궁에서 10개월 자란 후 아기가 태어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 자식이고 내 핏줄이라는 부모 자식 간의 관계와 형제와의 관계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형성되었다. 여기서 엄마의 자궁이 아닌 인공자궁(AU)에서 10개월간 머문 후에 태어난 아기의 부모 자식관계는 어떻게 형성되고 형제와의 관계는 어떻게 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AI)이라는 4차 산업을 맞이하면서 이때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자고 나면 새롭게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풀밭에서 키운 가축을 통하여 소고기를 먹다가 이제는 실험실에서 배양시킨 배양육이라는 고기를 먹게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마찬가지로 태아가 엄마의 자궁이 아니라 인공자궁에서 10개월간 머물면서 성숙된 아기가 태어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간의 정체성은 많은 혼란이 올 것이다. 즉, 아기를 분만하는 것이 아니고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 듯이 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독신녀나 독신남이 아기를 원할 경우에 다른 사람의 정자 또는 난자를 공여 받은 후 인공자궁을 통하여 아기를 가질 수 있다. 싱글 몰트를 조합하여 취향에 맞는 다양한 위스키를 브랜딩한다. 오늘날 우리가 모르는 유전자에 대한 기술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필요한 재능을 가진 아기를 원한다면 유전자 조작을 한 정자와 난자를 체외수정시킨 후 얻어진 수정란을 인공자궁에서 10개월간 키워서 아기를 낳게하면 된다. 공장에서 제품 생산되듯이 필요한 재능과 지능을 가진 아기가 수요와 주문에 맞추어서 공장에서 생산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이렇게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인공자궁에서 태어난 사람은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나의 아버지는 누구이고 나의 어머니는 누구이며 나의 형제는 어디에 있으며 나의 가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정체성 혼란을 겪을 우려가 크다. 인공지능과 4차 산업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인공자궁이 개발되면 인간의 정체성에 어떤 변화가 올지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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