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화를 촉구한다
지난 3월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과 탄소공개프로젝트(CDP)는 ‘2023년 RE100 연간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재생에너지 실적에 낙제점을 부여했다. 보고서는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165개사(2022년 기준) 가운데 66개사(40%)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한국을 재생에너지 조달 장벽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은 것이다. 부족한 재생에너지가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족한 재생에너지는 투자유치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12%에 불과한 반면, 세계 평균은 50%에 달한다. 애플이나 BMW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RE100 목표를 거의 달성한 상태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 목표에 미치지 못할 경우, 주요 수출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패널의 수출액이 각각 31%, 15%, 40%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향후 재생에너지가 국내 주력 수출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공급망 기업들에게도 RE100 달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는 계약 취소와 같은 불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목표는 하향(30.2%→21.6%)됐고, 정부의 예산은 40% 이상 삭감됐다.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각종 제도는 폐지·축소 되고, 발전 공기업과 공적 금융의 투자는 소홀해졌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9.2%에 머무르는 동안 독일, 영국, 미국, 중국은 89%, 88%, 77%, 50%를 달성했다.
반대로 경기도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 경기도가 기후위기 대응, 재생에너지 분야 대한민국 망명정부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RE100 선언을 통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 30% 목표를 제시하고, 기업뿐 아니라 공공기관, 도민이 함께 참여하는 4개 분야 13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산업단지 RE100, 공공기관 RE100, 에너지 기회소득 마을, RE100 플랫폼 등 차별화된 정책을 통해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동체 방향을 제시하고, 예산지원을 대폭 확대(전년 대비 536% 증가)해 재생에너지 시장에 확고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투자유치는 물론 기업의 재생에너지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 정책을 환경 문제가 아닌 국가 경제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정치, 이념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기업과 국민의 경제적 이익 개선에 힘쓰길 기대한다. 경기도의 발자국이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길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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