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우리만의 음악 생태계
공연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것이다. 좋아하는 해외 팝스타의 월드 투어 소식에 솔깃하다가도, 이내 한국은 방문국에 없다는 사실에 실망한 경험. 내한 공연에 대한 기대는 포기한 채 비행기표를 먼저 알아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 가수들이 빌보드 차트에 밥 먹듯 출석하는 문화 강국이 되었지만 공연에 한해선 아직 변방이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많다.
해외 팝스타가 좀처럼 찾지 않는 사정은 있다. 한국은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공연장 수가 매우 적고, 그마저도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대부분 공연 전용 시설이 아니다 보니 대관도 쉽지 않다. 섭외 비용과 이동 경비를 고려하면 적자 위험마저 도사린다.
이 탓에 국내에선 페스티벌이 대안으로 올라선 지 오래다. 관객 입장에선 단독 공연과 엇비슷한 가격으로 여러 가수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고, 주최 측은 수요층을 분석해 라인업만 잘 꾸린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티켓 파워가 센 ‘해외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 선점도 중요해졌다. 가까운 나라의 공연 일정을 확인해 한국 경유가 가능한 후보군을 추리는 것이 어느덧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야말로 ‘변방’의 모습이다.
이런 추세가 최근 바뀌고 있다. 올여름 열리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한국·일본·중국·대만·필리핀·인도 등에서 연주자들을 모았다. 이 중 영미권은 한국계 미국인 ‘미셸 정미 자우너’의 1인 밴드 ‘재패니즈 브랙퍼스트’뿐이다. 한국인 어머니와의 추억을 다룬 베스트셀러 ‘H마트에서 울다’의 저자로도 유명한 인물.
‘한일 문화 교류 록 페스티벌’을 슬로건으로 건 ‘라우드 브릿지 페스티벌’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랜 경력의 3인조 펑크 밴드 ‘검엑스’의 리더 이용원이 주도해 한국과 일본에서 번갈아 열린다. 록 신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 하나로 뮤지션이 기획사 도움 없이 섭외 및 운영 전반을 담당했다. 나라 간 가교를 형성한다는 취지에 윤도현밴드가 양국 출연 확정으로 지지 선언을 표하기도 했다.
이런 소식에 한국도 영미권 못지않은 자생 가능한 음악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네임 밸류 높은 뮤지션을 모셔오거나, 빌보드 차트에 오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제는 우리만의 중력장을 만들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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