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속 해부학자] 미궁 속 의료개혁, 귀를 열고 실타래를 풀어보자
지난 16일 서울고등법원은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했다. 이에 의대 정원 증원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취임 2주년을 맞아 교육·노동·연금·의료 등 4대 개혁과제와 국정과제 30대 핵심 성과를 발표했다. 발표를 보면 지난 2년간 정부가 열심히 노력한 부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많다는 것도 크게 느껴진다. 미래 사회에 맞춰 교육개혁을 진행해야 하지만, 저출산과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교육계는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을 막기 위해 대거 푼 지원금은 물가 폭등이라는 후폭풍으로 덮쳐왔다. 미로에 갇힌 것처럼 여러 문제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어찌 됐든 정부는 미궁(迷宮) 속에 빠진 대한민국의 숙제를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그래서 신화 속에서 미궁에 빠졌다가 나온 한 남자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미궁 속의 미노타우로스와 테세우스
미노스는 크레타섬의 왕이 되기 위해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도움을 받았다. 미노스는 왕이 된 뒤 포세이돈에게 감사의 의미로 황소를 바치기로 했지만,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그러자 화가 난 포세이돈은 미노스의 왕비 파시파에가 황소와 사랑에 빠지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인간의 몸에 황소의 얼굴과 꼬리를 한 반인반수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난다. 미노스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아들로 받아들이고 사랑했지만, 점차 난폭해지고 통제가 되지 않는 미노타우로스를 들어갈 수도 나올 수도 없는 복잡한 미궁에 가두게 됐다. 그리고 식인 습성이 있는 아들을 위해 아테네의 젊은 남녀들을 제물로 바쳤다. 이에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는 스스로 제물로 위장해 미궁에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다.
그렇다면 테세우스는 어떻게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미노스의 딸인 아리아드네 공주가 테세우스에게 반해서, 그가 실타래 한 뭉치를 들고 미궁에 들어가는 묘안을 냈기 때문이다. 영국의 라파엘 전파 화가인 에드워드 번존스(1833~1898)는 미궁 속에서 실타래를 풀면서 조심스럽게 미노타우로스를 찾아 나서는 테세우스의 모습을 그린 ‘미궁 속의 테세우스’(그림)를 남겼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번존스는 그리스 문화를 동경하며 신화 속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어려운 일을 조금씩 해결해나갈 때 ‘실타래를 푼다’고 하고, 이 과정에 중요한 요소를 ‘아리아드네의 실’이라고 한다.
귀 안에 미궁이 있는 이유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건축가 다이달로스가 만든 미궁(labyrinth)과 같은 구조가 우리 몸의 귀 안에도 있다. 물체가 진동해 공기를 통해 나오는 음파를 귀로 받아들여 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귀는 크게 바깥귀, 중간 귀, 속귀로 구분할 수 있다. 바깥귀는 외부로부터 발생한 소리를 모으고, 중간 귀의 고막과 3개의 귓속뼈는 이 진동을 증폭해 속귀로 전달한다. 속귀의 달팽이와 반고리 속에 있는 미로가 이 진동으로부터 소리를 감지한다. 미로 속에는 림프라는 액체가 있어 평형감각과 청각 기능을 수행한다. 이 림프의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러움이 생기고 심하면 구토와 오심도 동반한다.
이런 의미에서 어려운 문제로 인해 미궁에 빠지면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절대 쉽지 않은 것이다. 쌓인 국정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에 귀를 기울이고 소통해야 한다. 미궁 속이지만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아 하나씩 실타래를 푼다면 위기 속에서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무엇보다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고 건강을 찾을 수 있도록 의료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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