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강 위 고초 속에도 사라지는 날갯짓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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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에서 활동하는 고주서 사진작가는 지난 25년간 겨울이 되면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다.
이런 고초 속에도 겨울강가에 나간 오직 하나, 겨울철새인 천연기념물 큰고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물 위에 떠다니며 물 속에서 먹이를 찾는 습성 탓에 강이 얼면 굶기 쉽다.
강가 얼음을 깨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게 도우면서 큰고니들과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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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까지 영월문화예술회관
멸종위기 큰 고니 25년간 포착
얼음강 먹이활동 도우며 접근
“기후변화로 마지막 될 듯 해”
영월에서 활동하는 고주서 사진작가는 지난 25년간 겨울이 되면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소리로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강가의 얼음을 깼다. 영하 20도 아래로 내려간 날씨에도 장화를 신고 강물에 들어가서 얼음을 깨다 탈장 수술을 받았고, 깨진 얼음 탓에 삼각대가 쓰러져 카메라가 물에 빠지기도 했다. 빙판에서 뒤로 미끄러졌는데 카메라 가방 덕에 머리를 다치는 대신 왼쪽 손목이 부러지기도 했다.
이런 고초 속에도 겨울강가에 나간 오직 하나, 겨울철새인 천연기념물 큰고니를 만나기 위해서다.
고주서 사진작가 개인전 ‘큰고니의 삶’이 지난 18일 개막, 26일까지 영월문화예술회관 1층에서 열린다. 올해 고희를 맞은 작가가 오랜 시간 큰고니와 공생하면서 촬영한 작품 108점을 선보인다.
큰고니는 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수초와 수생 곤충을 먹고 산다. 물 위에 떠다니며 물 속에서 먹이를 찾는 습성 탓에 강이 얼면 굶기 쉽다. 고 작가는 같은 옷과 휘파람 소리로 경계심이 많은 큰고니를 안심시켰다. 휘파람을 불면, 일주일 안에 작가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강가 얼음을 깨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게 도우면서 큰고니들과 친구가 됐다. 큰고니는 100m 안쪽 접근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 작가에게는 4m 앞까지 다가오기도 했다. 그래서 망원이 아닌 가까이에서 촬영가능한 광각렌즈인 ‘핫셀 60㎜’로 촬영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이런 노력이 필요없게 됐다. 이상기온으로 강추위가 사라져서다. 작가에게는 다른 걱정이 생겼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 철새를 아예 만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보호받는 큰고니는 11월부터 3월까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낙동강 하구와 우포늪 등에서 주로 발견됐는데 영월의 경우 20여 년 전 두 마리가 발견된 후 점차 개체수가 늘어 서른 다섯 마리까지 관찰됐다는 것이 고 작가의 설명이다.
고주서 작가는 “자연과 사람 모두 촬영 전 피사체를 배려하며 교감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처음에는 다가오지 않던 고니가 얼음을 깨주니 먹이터를 마련해 주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다가왔다. 큰고니를 지켜보고 촬영하는 즐거움이 커서 매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인해 큰고니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작업은 최초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아쉬움도 표했다.
생태계와 사람, 사라져가는 전통을 기록으로 남겨 온 고 작가는 ‘한반도 지형 사진작가’로도 알려져 있다. 도로개설로 훼손 위기에 처한 한반도지형 원형 보전을 국회 등에서 사진전을 갖고 작품을 무료배포하며 보존 운동을 펼쳐왔다. 그가 촬영한 사진이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고주서 작가는 강원도 관광사진공모전 대상, 대한민국 사진대전 입선 등을 했고 전국사진공모전도 20여회 이상 입상했다. 이번 전시는 영월문화재단 지원사업 선정에 따라 마련됐다. 김여진
#큰고니 #겨울강 #사진작가 #휘파람 #천연기념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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