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앰버서더 없이 가장 잘 나가는 에르메스의 전략 [여기 힙해]

이혜운 기자 2024. 5. 2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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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인더 메이킹 서울/에르메스

“명품의 시대는 끝났다.”

최근 명품 업계에서 쏟아져나온 말입니다. 중국 내 소비가 줄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소비를 주도하던 젊은 부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명품 매출은 전체적으로 위기를 겪었습니다. 더 큰 위기는 트렌드를 주도하는 이들이 명품을 더 이상 ‘있어보인다’거나 ‘힙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명품 브랜드들이 아이돌 그룹이나 배우들을 앰버서더(홍보대사)를 임명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들의 힙하고 젊은 이미지에 기대어, 이들이 옷을 입고 나왔을 때, 그 옷들을 구입해주는 팬덤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아이돌 그룹도 보다 고급스럽고 잘 나가는 이미지를 위해 앰버서더가 되는 것을 기쁘게 여겼습니다.

그러나 이 브랜드는 잘 나가는 아이돌 그룹도, 유명 배우도 앰버서더로 지정하지 않습니다. 모나코 왕비였던 그레이스 켈리와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제인 버킨을 제외하면 자신들의 가방 앞에 유명인의 이름이 붙기도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적과 주가는 혼자 잘 나갑니다.

돈이 되는 여기 힙해 세 번째 이야기는 ‘에르메스’입니다.

브랜드 에르메스 케어링그룹(구찌) LVMH(루이비통)
전일 대비 17일 주가 증감율 0.53%상승 2.70%하락 0.36% 하락
최근 6개월간 주가 증감율 18.20% 상승 17.65%하락 9.13% 증가
올해 1분기 매출 증감율 17% 증가 11% 감소 3% 증가

◇아이돌 없이도 잘 나가는 에르메스

지난 17일 에르메스는 전일 대비 0.53% 상승하며 2295유로로 마감했습니다. 구찌를 가진 케어링 그룹은 2.70% 하락한 332.05유로, 루이비통의 LVMH도 0.36% 하락한 783.20유로로 마감한 가운데 나온 ‘나홀로 상승’입니다. 지난 1분기 매출도 에르메스는 17% 상승했지만, LVMH는 겨우 3% 상승, 케어링그룹은 11% 감소했습니다. 에르메스의 실적만 월등하게 나타나자, 투자은행 JP모건은 “에르메스는 다른 리그에서 뛴다”고 했을 정도지요.

에르메스 인더 메이킹/에르메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월드파크 잔디광장에서는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전시가 개막했습니다. 이는 에르메스 장인 정신과 기술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무료 전시입니다. 2021년 덴마크 코펜하겐을 시작으로 미국, 멕시코, 일본 등에서 열렸습니다. 세계에서 10번째로 열리는 한국 전시는 오는 27일(22일 휴관)까지 열립니다.

명품 브랜드 전시는 그 구성이 비슷합니다. 역대 인기 상품 혹은 유명인이 착용했던 작품들을 유물처럼 전시해놓고, 그 앞에서 브랜드 앰버서더인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유명인)들이 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립니다. 전시가 끝나는 지점에서는 신제품을 살 수도 있습니다. 유명인을 따라하고 싶은 ‘모방심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에르메스 인더 메이킹/에르메스

그러나 에르메스 전시는 달랐습니다. 야외에 마련된 거대한 전시장에서는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가죽 세공부터 실크(비단) 프린팅, 안장 제작, 제품 수선, 시계조립, 잼스톤(보석) 세팅, 포슬린(자기) 페인팅 등 각 분야의 장인 11명이 직접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시연합니다.

가죽 세공 장인은 에르메스의 대표적인 제품인 켈리백에 달린 손잡이를 만드는 법을 보여줍니다. 장갑을 만드는 장인은 넓게 펼쳐진 가죽 천을 장갑 모양에 맞게 잘라냈습니다. 확대경을 낀 시계 장인은 시계 동력장치에 바늘을 부착하는 세밀한 조립 과정을 보여줬습니다. 도자기 그릇에 그려진 표범을 페인팅하고 있는 장인은 얇은 붓으로 표범의 눈동자를 조심스럽게 그려나갔습니다. 실크에 무늬와 색을 프린팅하는 과정을 보여주던 장인은 “참 쉬워 보이죠? 경력은 겨우 38년밖에 안 됐어요”라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에르메스는 프랑스에만 공방을 60개 두고 있습니다. 전시장 내 장인들은 모두 프랑스에서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했습니다.

◇에르메스 부회장 “우리의 가치는 장인”

에르메스는 왜 이런 전시를 연 것일까요?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한 생산과 투자 부문을 총괄하는 기욤 드 센느 에르메스그룹 부회장은 “우리의 모든 제품 뒤에는 장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답했습니다.

에르메스 인더 메이킹 서울/에르메스

“에르메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장인 정신을 지키는 것입니다. 많은 기술은 익명성을 가지지만, 사실 작품 뒤에는 사람이 있고, 많은 노하우가 존재하지요. 고객들이 이를 깨닫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에르메스는 ‘노하우’와 ‘창작’이라는 두 다리로 걷고 있다”며 “장인정신 못지않게 창의성을 추구한다”고도 했습니다.

“장인과 크리에이터 사이에는 긴장감이 있습니다. 장인과 크리에이터의 욕망이 맞서지 않으면 도전 의식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이런 아름답고, 생산적인 긴장감을 잘 유지해야 합니다.”

이런 에르메스의 전략은 다른 명품 브랜드들과 고객층을 나누고 더욱 확고히 하는 전략이 됐습니다. 경기 침체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소득 고객층을 두텁게 확보해 놓은 것입니다. 이날 전시장에도 젊은층보다는 에르메스의 주 고객층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보였습니다. ‘트렌드’는 늘 변하지만, ‘클래식’은 영원하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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