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45] 수월관음 버드나무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2024. 5. 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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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바젤이라는 도시에 갔던 이유는 괴테아눔(Goetheanum)이라는 건물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근세 유럽의 도사였던 루돌프 슈타이너(1861~1925)가 세부적인 구조까지 직접 디자인해서 1928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신비주의 사상가인 슈타이너가 하늘로부터 ‘영발’을 잘 수신하고 함양하기 위해서 설계한 건물로 나는 본다. 언덕 위에 지은 괴테아눔은 7, 8층 높이의 건물이었는데 외형은 사람의 머리 두상 같이 생긴 특이한 모습이었다. 슈타이너가 한 소식(깨달음) 한 이후에 뜸을 들이는 보임(保任) 터이기도 하였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주변에 바위 절벽이나 봉우리가 전혀 안 보였기 때문이다. 아주 부드러운 능선이 멀리서 이 터를 좌우로 감싸고 있었다. 강한 에너지는 이미 충분히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밥하고 난 뒤에 뜸을 들이는 단계에 돌입했던 것이다.

괴테아눔의 현재 기능은 ‘영발학교(school of spiritual science)’였다. 4차원과 3차원의 함수관계를 공부하고 전파하는 학교라고나 할까.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영발 과목 중 하나로 천연 약초도 포함되었다. 스위스는 산악국가이다. 알프스 산맥에서 좋은 약초가 많이 나온다. 이 약초를 이용해서 좋은 약을 만드는 것도 슈타이너의 가르침이었다. 슈타이너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바젤에는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알프스의 약재와 독일의 제약기술이 결합된 제약회사들이었다.

바젤에 간 기념으로 약국에 가서 아스피린 몇 개를 샀다. 여기 약들은 알프스의 좋은 재료들로 만들었을까? 같이 간 일행이 열이 나고 감기 기운이 있었는데 2알 먹으니까 효과가 있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핵심 성분을 추출한다. 버드나무가 약초로서 가지는 효능은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이미 고대 이집트 때부터 알려졌던 사실이다. 이건 동양도 마찬가지이다. 고려시대 불화(佛畫)에도 버드나무가 등장한다. 인사동의 무우수갤러리에서 고려불화를 전시한다기에 가 봤더니 수월관음도에도 역시 버드나무가 등장한다. 정병(淨甁)에 버드나무 가지가 꽂혀 있는 모양이다. 수월관음도가 주특기인 현승조 작가는 수월관음 도상에는 반드시 버드나무가 들어간다고 한다. 병에 꽂혀 있든지 아니면 관음보살 손에 들려 있는 형태이다. 고려불화 중에서 소더비나 크리스티 경매에서 가장 고가로 팔리는 그림이 수월관음이다. 짐작건대 슈타이너도 버드나무를 주목했을 것이다. 수월관음도 역시 손에 잡고 있다는게 흥미롭다.

조용헌 동양학자·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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