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12] 푸틴과 시진핑
빌리 조엘에게 1989년 빌보드 차트 1위를 안겨준 이 노래는 마치 개그맨 최영준이 부른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작사와 작곡은 ‘독도는 우리 땅’을 만든 박문영)을 떠올리게 하는 재미있는 노래다. 전형적 베이비붐 세대인 빌리 조엘은 태어난 1949년부터 마흔이 된 1989년까지 40년 세계사를 키워드 중심 편년체로 나열한다. 여기엔 1950년 한국전쟁과 판문점, 1960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까지 언급되어 있다.
아무래도 미국 인물과 사건이 중심일 수밖에 없지만 첫 소절의 1949년 항목엔 ‘Red China’, 즉 중국의 공산화가 해리 트루먼의 재선과 함께 시작하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작곡가 프로코피예프와 같은 날 사망한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과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도 등장하며, 1989년 천안문 시위와 무자비한 진압을 다루면서 40년을 달려온 노래는 거의 마무리된다.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첫 외교 행보로 중국을 방문하여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방중 첫날 두 정상이 무려 열두 시간이나 붙어 있었음이 화제가 되었다. 미국이라는 공동의 적 앞에서 결속력을 과시하고자 했을까?
1949년 이후 중국과 러시아(소련)의 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공산 정권 수립 직후 모스크바로 날아간 마오쩌둥은 30년 기한의 중·소 우호동맹과 상호원조조약을 이끌어냈지만 스탈린이 죽고 난 후 서로를 교조주의, 수정주의라고 공개 비난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1969년엔 국경 분쟁으로 무력 충돌까지 벌어졌다. 중국과 러시아가 다시 화해 무드로 돌아선 것은 80년대 말 고르바초프 시대부터이며 옐친 시대에 이르러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재설정된다.
이 노래 속의 수많은 사건처럼 세계는 모순과 폭력으로 점철되어 왔다. 마지막 후렴에서 빌리 조엘은 이렇게 노래한다. “우리가 불을 지핀 것이 아니었어/ 오히려 우린 그것과 싸우려 노력했지(No we didn’t light it/ But we tried to fight it).” 왠지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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