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성호]사실을 보지 않는 ‘팬덤’이 스타를 병들게 한다

황성호 사회부 기자 2024. 5. 1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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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은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분들께 다짐합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의 2020년 입장문 중 일부다.

당시 김 씨의 일부 팬들은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김호중 응원해'라는 문구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리며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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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사회부 기자
“김호중은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모든 분들께 다짐합니다.”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33)의 2020년 입장문 중 일부다. 그는 당시 불법 도박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을 대리하던 법무법인 명의로 이 같은 입장문을 냈다. 이 입장문에는 “진심으로 뉘우치고 그 잘못에 대해 마땅히 처벌을 받겠다는 입장”, “스스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 등의 내용도 쓰여 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을 하고, 앞으로는 더 이상 물의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당시 김 씨의 일부 팬들은 논란이 확산되는 상황에서도 ‘김호중 응원해’라는 문구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리며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다.

수사 결과 김 씨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기소유예란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범행의 동기나 경중 등을 감안해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고 선처해 준다는 의미다. 기소가 돼 사법처리를 받게 됐으면 김 씨는 연예계 활동을 중단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소유예로, 응원을 보낸 팬들의 염원에 부합하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사건의 학습 효과 때문이었을까. 이달 9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김 씨의 뺑소니, 매니저의 ‘허위 자수’ 의혹이 처음 보도된 직후 김 씨의 팬카페엔 “차분하게 소속사의 공지를 기다리자”는 글이 올라왔다. 보도 내용을 믿지 말고, 김 씨 측 설명을 일단 봐야 한다는 취지다. 적지 않은 팬들이 이에 호응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핵심 의혹이었던 매니저의 허위 자수는 김 씨마저 인정했다. 김 씨 측은 입장문에서 “(사고) 상황을 알게 된 매니저가 ‘내가 처리하겠다’며 경찰서로 찾아가 본인이 운전했다고 자수를 했다”고 밝혔다. 물론 또 다른 핵심 의혹인 음주운전에 대해 김 씨는 여전히 부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 씨의 팬카페엔 “흔들리지 않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한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앞으로 열릴 김 씨의 콘서트에 참석하겠다는 팬들의 글도 무수히 올라왔다. 이에 화답하듯 김 씨 측은 “콘서트를 열 계획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팬들과의 약속”이라 답하며 강행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 씨가 4년 전 했던 약속은 정말 ‘같은 실수’인 불법 도박에만 국한되는 것일까? 이번 뺑소니 의혹은 과거 실수와 상관이 없다는 것인지 김 씨는 실제로 18, 19일 콘서트 무대에 서고야 말았다.

이 과정에서 김 씨의 인생 역경에 감동해 그를 응원했던 대중 상당수가 등을 돌리고야 말았다. 그는 사고 10일 만인 19일 밤에야 음주 사실을 시인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후 콘서트는 열릴지가 불투명해졌다. 일각에서는 일방적 응원만을 보내는 일부 팬들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김 씨에 대한 비호감도가 더 커졌다고 지적한다. 그의 재기 가능성을 더 좁힌 셈이다. 김 씨의 인스타그램에 이번 사건 후 남겨진 댓글 하나를 옮긴다. “김호중 가수 응원하는 팬들, 옹호가 무조건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대중들은 그 뻔뻔한 응원에 더 화가 나는 겁니다.”

황성호 사회부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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