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베토벤 작전’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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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총리는 곧 물러날 예정인데 실효성 없는 회담을 한 것 아닌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보인 반응이다.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국·네덜란드 '반도체 동맹' 결성에 합의한 뤼터 총리는 지금도 여전히 집권 중이다.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고자 네덜란드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이른바 '베토벤 작전'이다.
세계적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독일 국적이지만 조상은 네덜란드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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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뤼터 총리가 제일 공들인 현안이 바로 반도체다. 핵심은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회사 ASML을 계속 네덜란드에 붙잡아 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네덜란드에 머문 기간 가장 주목받은 일정은 네덜란드의 국보급 기업이라는 ASML 본사 방문이었다.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와 ASML 간에 1조원 규모 연구개발(R&D) 센터 건립 프로젝트가 성사됐다. 향후 ASML 행보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관심사다.
ASML의 해외 이전을 막고자 네덜란드 정부가 마련한 대책이 이른바 ‘베토벤 작전’이다. ASML 본사 인근의 주택, 교육, 교통, 전력망 등 인프라 정비와 확충에 무려 25억유로(약 3조6800억원)를 쏟아붓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작전명이 왜 베토벤일까. 세계적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독일 국적이지만 조상은 네덜란드인이라고 한다. 베토벤 같은 인재를 다시는 놓치지 않겠다는 네덜란드의 의지가 담겼다.
네덜란드 총선 후 6개월이나 걸린 연정 구성 협상이 엊그제 타결됐다. 새 정권에 참여할 극우 자유당(PVV)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 취업 허가를 까다롭게 바꾸는 반이민 정책 등이 담긴 국정 운영 방향을 발표했다. ASML은 직원 2만3000여명 중 40%가량이 외국 국적자다. 그간 ‘정부가 반이민으로 돌아서면 네덜란드를 떠나겠다’는 취지로 경고해 온 ASML 대응이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ASML은 본사를 프랑스로 옮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네덜란드가 베토벤에 이어 ASML마저 잃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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