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 유쾌와 불쾌 사이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코미디언 '피식대학' 팀이 영양군 비하논란으로 거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과는 했지만 이미 선을 넘어버린 개그에 대거 다수가 등을 돌리고 있는 것. '나락퀴즈쇼'부터 불쾌함과 유쾌함 사이 외줄을 타다 떨어진 모양새다.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이용주, 정재형, 김민수가 지난 18일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공개한 자체 콘텐츠 '메이드 인 경상도, 경북 영양편'에서 촬영 지역 비하 논란에 휩싸이자 6일 만에 침묵을 깨고 공식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지난 11일 공개된 '메이드 인 경상도, 경북 영양편'에서 '피식대학' 멤버들은 이용주의 친구 고향인 영양을 방문했다. 기차도 고속도로도 없는 영양에서 세 사람은 유독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이 전무한 낙후지인 것처럼 영양을 묘사했다.
815.86k㎡ 면적에 1만 5517명이 사는 곳, 영양군은 한국의 시골 중에서도 비교적 한적하고 개발보다는 농가의 정서가 더욱 깊이 자리잡힌 곳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영양군의 촬영 협조까지 받아 방문했을 '피식대학'이 "특색 없다", "똥 물이네", "내가 할머니의 살을 뜯는 것 같다"와 같은 식의 비하 발언으로 쉽게 재단해도 되는 곳은 아니었다.
더욱이 '피식대학' 멤버들은 이용주의 친구가 직접 추천한 식당과 빵집 등을 찾아 소개했던 바. 우정도 웃음도 무례의 선을 넘어버린 이들의 언행에 대중의 인내심의 선도 뚫렸다.
"콘텐츠적 재미를 가져오기 위해 무리한 표현을 사용했다"라며 사과한 '피식대학'의 표현 대로, 흔히 코미디의 기본으로 과장, 반복 등은 필수적인 요소로 거론된다. 두 가지가 어우러져 과장해 반복할 수록 웃음의 시너지는 별 것 아닌 말장난 만으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웃음도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선사해서야 뒷맛이 개운할 수는 없다. 설령 그것이 코미디언 스스로를 파괴하는 형태의 자학적인 개그라 할 지라도 마찬가지. 웃음 뿐만 아니라 모든 감정을 전달하는 제 1원칙은 상대방과의 공감을 통한 교감이기 때문이다.
'메이드 인 경상도'는 '피식대학' 멤버들 사이 유독 사투리에 서툴면서도 유독 부산 출신이라며 어설픈 사투리를 통해 웃음을 선사하던 이용주의 모습에서 촉발됐다. "빵빵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사투리를 구사하면서도 이용주의 노력이 사투리 비하로 여겨지지 않았던 것은 울산 출신 김민수의 옆에서 사투리 개그를 함께 선보이려는 듯한 이용주의 서툰 노력에 대한 보는 이들의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렇기에 비록 때로는 김민수나 정재형의 이용주를 향한 놀림이 선을 넘는 듯 보여도 똘똘 뭉친 '피식대학' 사이의 티키타카로 치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놀림의 대상이 촬영지인 영양 혹은 현지를 찾았던 할머니 관광객, 개발되지 않은 지역 상권에서도 성실하게 장사를 해온 자영업자 등으로 전환되며 '피식대학'의 개그는 선을 넘어버렸다. 타인, 타지에 대한 비방에 가까운 발언 어디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여지는 없던 탓이다.
'나락퀴즈쇼'와 '피식쇼' 등에서 성역 없는 개그로 호평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당사자인 게스트 면전에서도 우스꽝스러운 성대모사를 하던 '피식대학'이니 만큼 황당할 수도 있겠다. 더한 짓궂은 농담도 스스럼 없는 미국 스탠딩 코미디 쇼를 정점처럼 표방해온 이들이기에 오히려 '메이드 인 경상도' 영양 편의 발언은 자칫 훨씬 더 별 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을 터다.
하지만 유쾌함과 불쾌함의 외줄 같은 그 경계선은 '피식대학'이 아닌 대중에 의해 정해진다. 3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유튜브 채널의 코미디 크루 '피식대학'의 선 역시 그 한 명 한 명의 구독자들에게 달렸다. 늘어가는 조회수와 관심에 동력을 얻었다면 이젠 구독자로 대표되는 시청자들의 다채로운 경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유튜브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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