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김윤아
자우림과 김윤아는 자웅동체다. 서로 다른 음악들이 혼재하지만, 일정한 질서를 유지하면서 함께해왔다. 새로 내놓은 김윤아의 앨범 <관능소설>(사진)은 여러 가지로 듣는 이의 마음을 어지럽힌다. 아니, 가슴을 뜨겁게 달군다. 그가 “눈을 감으면 문득 그리운 날의 기억/ 아직까지도 마음이 저려오는 건/ 그건 아마 사람도 피고 지는 꽃처럼/ 아름다워서 슬프기 때문일 거야”(봄날은 간다)라고 노래했을 때 가슴 한쪽이 저려왔던 기억과는 또 다른 감정이다.
“너의 입맞춤이 나의/ 낮과 밤을 붉게 물들이고/ 사랑에 취한 세상은 어지러이 반짝이네/ 너의 눈동자는 나의/ 두려움과 기쁨과 설렘의 샘/ 쏟아지는 별빛 속에 춤을 추는 그대와 나/ 다시 또 빠질 수 있을까 이런 사랑에/ 이 세상 모두가 우리를 질투할 것만 같아/ 그대 품 안에 안겨 있을 때면 언제나/ 아무런 생각할 필요가 없네.”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라 비엥 로즈’와 동명의 곡이지만 와닿는 느낌이 다르다. 뮤직비디오에서 눈썹달 아래 벌판을 질주하는 장면이 상징하듯 김윤아는 뜨겁고 격정적인 사랑을 노래한다.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해도 늘 풋풋했던 스무 살 시절의 사랑과는 사뭇 다르다. 그때는 사랑에 상처받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어느덧 중년이 된 김윤아가 노래하는 사랑은 관능적이면서도 치명적이다. “마지막이 없다면 그 무엇이 아름다우리”라는 노랫말로 마무리하는 ‘장밋빛 인생’은 그래서 사랑의 상처와 불안, 흔들림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는 마치 한 편의 뮤지컬 넘버처럼 탱고 리듬에 맞춰 다이내믹하게 이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속삭인다, “시간이 우리를 달래주겠죠/ 사랑은 모두 다/ 언젠가의 날에 지워져요”(종언)라고.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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