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산책]평생의 지팡이가 된 사이 ‘부부’
우리는 예부터 부부의 정을 중요시했다. 우리 속담에도 그러한 삶의 모습이 잘 녹아 있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 했고, ‘효자도 악처만 못하다’고 했다. 부부는 아무리 싸워도 곧 화해하는 사이이고, 자식이 아무리 잘해도 남편(아내)을 위하는 마음은 아내(남편)만 못하다는 소리다. ‘남편은 두레박, 아내는 항아리’라고도 했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다 항아리를 채우듯이 남편이 밖에서 돈을 벌어오면 아내가 집안을 꾸려 간다는 의미다. 물론 아내가 두레박이 될 수도 있다. 즉 부부는 두레박과 항아리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하여 ‘한 말에 두 안장이 없다’고 했고, ‘한 밥그릇에 두 술이 없다’고도 했다. 그렇게 부부는 서로에게 ‘평생의 지팡이’가 된다.
조선시대에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는 것이 있어 부부가 쉽게 이혼할 수 있던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칠출(七出)이나 칠거(七去)로도 불리는 칠거지악보다 엄하게 지켜진 것이 삼불거(三不去)다. 시부모 삼년상을 치르거나, 가난한 집을 일으키고, 이혼한 뒤에 돌아갈 친정이 없는 경우에는 남편이 아내를 내칠 수 없었다. 특히 조선 말기에는 칠출 중에서 무자(無子)와 질투(嫉妬)는 이혼의 조건 중에서 삭제되고, 자녀가 있으면 이혼할 수 없도록 ‘사불거(四不去)’로 강화되기도 했다.
현대 사회에서 칠거지악이나 삼불거를 얘기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다만 이혼으로 상대가 불행해지거나 자녀가 상처를 입는 것을 막으려 한 우리 조상의 규율은 지금에도 교훈이 될 만하다. 가정은 남편과 아내 두(2) 사람이 하나(1)가 돼 꾸려 가는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5월21일이 부부의 날인 것도 그런 의미에서다.
한편 “부부간의 사랑”을 뜻하는 말은 ‘금실’만 맞고 ‘금슬’은 “거문고와 비파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만 쓰인다고 주장하는 글을 가끔 본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가나다’에서 두 말 모두 표준어라고 밝혔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부부의 화목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금실지락(琴瑟之樂)’과 함께 ‘금슬상화(琴瑟相和)’가 올라 있기도 하다.
엄민용 <당신은 우리말을 모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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