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중반?" 최고 154㎞ 대반전투…롯데 1차지명 기대주 드디어 터지나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구속은 150㎞가 어쩌다 하나씩 나오고, 평균 시속 140㎞ 중반대 정도로 형성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김태형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19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선발투수 이민석(21)을 이야기하면서 큰 기대를 표현하진 않았다. 퓨처스리그에서 한번씩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으로 눈길을 끌긴 했지만, 아직 1군에서는 보여준 게 없는 유망주였다. 섣불리 기대감을 표현하기보다는 올해 첫 1군 무대에서 어떤 투구를 펼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민석은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전력을 다하는 투구를 펼쳤다. 3⅓이닝 65구 3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4회말 1사 후 양의지에게 볼넷을 내준 뒤 벤치에 신호를 보냈고, 확인 결과 손가락에 가벼운 멍이 들어 보호 차원에서 교체됐다. 부상 정도가 심하진 않았지만, 롯데 벤치는 이민석이 충분히 자기 몫을 다했다고 보고 한현희에게 공을 넘기게 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 앞서 이민석과 관련해 "투구 수를 정하진 않았다. 던지는 것을 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상황이 될 때까지는 계속 공을 던지게 할 것이다. 구속은 150㎞가 어쩌다 하나씩 나오고, 평균 시속 140㎞ 중반대 정도로 형성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대단한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기보다는, 일단 선발투수의 몫을 어느 정도 해내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이었다.
구위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민석은 직구(31개)와 슬라이더(30개) 위주로 던지면서 커브(3개)와 체인지업(1개)을 섞어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4㎞를 찍었고, 평균 구속이 150㎞까지 나올 정도로 힘이 있었다.
이민석은 롯데의 마지막 1차지명 유망주다. 개성고를 졸업하고 2022년 입단해 지난해까지 1군 통산 28경기에서 1승1패, 5홀드, 35이닝, 평균자책점 5.66을 기록했다. 2022년 데뷔 시즌에는 프로의 벽을 실감했고, 지난해는 두산과 개막전에 구원 등판했다가 부상으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과 함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 아웃되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는 퓨처스리그에서 점차 이닝을 늘려 나가면서 선발로 나설 준비를 했다. 시속 150㎞를 웃도는 빠른 공을 던지면서 부상 부위가 완벽히 회복됐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난 9일 kt 위즈 2군과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5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지난 15일 1군에 콜업되면서 등판할 기회를 기다렸다.
이민석은 묵직한 직구에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섞으면서 두산 타자들을 제압해 나갔다. 1회는 정수빈-조수행-강승호까지 3타자 연속 범타로 돌려세우면서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2회 선취점을 내준 장면은 아쉬울 법했다. 이민석은 1사 후에 양석환에게 좌익수 왼쪽 안타를 맞은 뒤 헨리 라모스에게 우월 적시 3루타를 허용해 0-1이 됐다. 이민석은 계속된 1사 3루 위기에서 김기연에게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0-2까지 벌어졌지만, 1사 1루에서 김재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고 2루를 훔치던 김기연까지 잡으면서 빠르게 위기를 넘겼다.
이민석은 3회에도 전민재-정수빈-조수행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면서 다시 좋은 흐름을 이어 갔다. 4회 선두타자 강승호까지 유격수 뜬공으로 돌려세우며 호투를 이어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양의지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뒤 손가락 통증을 호소했다. 한현희가 급히 이민석의 공을 이어 받아 이민석의 추가 실점 상황은 막았다.
롯데는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3-3으로 비겼다. 이민석이 조기 강판했는데도 불펜진이 최소 실점으로 버티면서 연장 12회까지 경기를 끌고 갔다. 한현희(1⅔이닝 1실점)-김상수(1⅓이닝)-전미르(1⅔이닝)-김원중(2이닝)-구승민(1이닝)-최이준(1이닝)이 이어 던졌다.
타선은 답답한 공격을 이어 갔다. 1-3으로 뒤진 7회초 김민성이 두산 선발투수 브랜든 와델에게 동점 투런포를 뺏으면서 3-3 균형을 맞춘 것까진 좋았는데, 그 이상 나아가질 못했다. 연장 10회초 무사 1루 기회에서는 유강남이 희생번트를 시도하다가 포수 뜬공으로 잡히면서 1루주자 신윤후까지 병살로 물러났다. 연장 11회초에는 1사 2, 3루까지 만들어 놓고는 김민성과 나승엽이 후속타를 치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연장 12회초에는 2사 1, 2루에서 윤동희가 중전 적시타를 치는 듯했지만, 상대 중견수 정수빈의 강한 홈송구에 2루주자 유강남이 홈에서 태그아웃되면서 마지막 승리 기회마저 무산됐다.
최하위 롯데는 무승부 하나를 추가하면서 시즌 성적 15승27패2무를 기록했다. 답답한 경기 흐름이었지만, 롯데의 현재이자 미래가 될 수 있는 이민석의 씩씩한 투구를 지켜본 것으로 위안을 삼게 됐다. 이민석은 손가락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또 한번 1군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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