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출 1억불 첫 돌파…‘K-라면’ 인기 반갑지만 소비자는 가격에 ‘고통’

권나연 기자 2024. 5. 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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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청, 4월 라면 수출액 1억859만달러 집계
전년 동월 대비 46.8% 급증
식음료 부문 기업 올 1분기 실적도 개선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전년 대비 235% 증가
소비자, “가공식품 면류 가격이 가장 부담”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라면 판매대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라면의 한달 수출금액이 처음으로 1억달러를 넘어섰다. 올 1분기 국내 식음료 기업의 영업이익도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가공식품 물가에 대한 국민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면류가 장바구니 물가에서 가격 부담이 가장 높은 품목으로 조사되면서 ‘기업은 배부르고 소비자는 배곯는다’는 소리가 나온다. 

19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4월 라면 수출금액은 1억859만달러(147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 7395만달러(약 1002억원)와 견줘 46.8% 증가했다. 종전 월단위 라면 수출금액 최대치였던 2월 실적(9291만달러)도 훌쩍 뛰어넘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 2023년 라면 수출액은 9억5240만달러(1조2909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올해까지 10년 연속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수출액 역시 11억달러(1조4910억원)를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점쳐진다. 

라면의 인기는 K팝 스타의 유명세와 한국 드라마‧영화의 인기와 궤를 같이 한다. 유명인들의 라면 먹방(먹는 방송)과 한국 드라마·영화에 등장하는 라면이 세계인들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쉽게 조리할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식품이라는 점도 인기 요소로 평가된다.  

삼양식품

특히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약진이 눈에 띈다. 불닭볶음면은 자극적인 매운맛 때문에 반짝 인기에 끝날 것이란 전망도 많았지만 오히려 해외에서 인기는 나날이 올라가고 있다. 매운맛을 조금 덜어낸 ‘까르보불닭’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며 미국 대형마트에서 품절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라면 인기에 힘입어선지 식음료 부분의 올 1분기 영업실적은 상당히 개선됐다. 19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중견기업 중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496개사를 대상으로 실적을 조사한 결과, 식음료 부분 실적은 169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741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삼양식품은 매출액 3857억원과 영업이익 801억원을 거뒀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무려 235% 증가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밀양공장을 통해 생산량이 증가한 데 따라 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으며 고환율(원화가치 하락) 지속으로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라면이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정작 국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앞서 삼양식품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마케팅 비용과 판매관리 비용이 적게 들어 마진율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직장인 A씨는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수출이 잘되는 데도 왜 소비자 가격은 계속 오르는지 모르겠다”며 “밀 가격이, 기름값이 올라서 제품 판매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기사는 봤어도 국제 원자재 가격이 낮아졌으니 판매가격을 인하하겠다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농산물 가격은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있는데 가공식품은 항상 오르기만 하니 마트에서 물건 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공식품 가격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는 4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펴낸 ‘2023년 가공식품 소비자 태도 조사 기초분석 보고서’를 보면 가공식품에 대한 가격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020년 3.6점 ▲2021년 3.5점 ▲2022년 3.4점 ▲2023년 3.3점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더욱이 면류는 장바구니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1순위 품목으로 거론됐다. 농경연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장바구니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가공식품으로 면류(25.5%)를 1위로 꼽았다. 이어 유가공품(14.4%), 주류(5.8%), 간편식(5.7%) 순으로 지목했다.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5월3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를 찾아 식품·외식업계와 간담회를 하고 가격 인상 요인을 최소화하는 등 물가안정을 위해 적극 협조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가공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읍소’하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현재까지 장관 2회, 차관 6회, 실·국장 23회 등 31회에 걸쳐 가공식품 업계와 만남의 장이 성사됐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업계 애로사항을 적극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언론을 통해 홍보해왔다. 가공식품 원재료 31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를 적용했고 면세 농산물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를 올려준 게 대표적이다. 커피·코코아 등 수입 부가세 면세 조치를 연장한 것도 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는 2022년 12월 정점(전년대비 10% 상승) 이후 상승폭이 꾸준히 하락해 올 2월부터는 전체 소비자 물가 대비 낮게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식품기업은 과일농축액, 올리브유, 김 등 원자재와 인건비, 공공요금 상승 등을 이유로 6월부터 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주필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앞으로도 업계와 적극 소통해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애로과제 발굴‧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업계에서도 자체적인 원가 절감 노력을 통해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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