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타자는 내가 때려 잡는다" 9타자 연속 범타→3이닝 3K '역전 발판', PO MVP 독해졌다
[마이데일리 = 수원 심혜진 기자] KT 위즈 손동현이 달라진 마음가짐 속에 호투를 펼치며 팀의 대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손동현은 19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경기서 3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날 선발 투수는 대체 선발인 성재헌이었다. 지난해 LG에서 방출된 후 입단테스트를 거쳐 KT 유니폼을 입었다.
줄부상으로 선발진 공백이 생기면서 성재헌이 긴급하게 선발 수혈에 나섰다.
하지만 선발 등판 경험이 없는 만큼 KT는 빠르게 다음 투수를 준비해야 했다. 성재헌은 2⅔이닝 만에 3실점하고 내려갔다.
KT 벤치는 두 번째 투수로 손동현을 선택했다.
팀이 0-3으로 끌려가던 3회초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손동현은 구본혁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4회에는 허도환을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은 뒤 신민재를 3루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어 홍창기를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좋은 피칭을 이어갔다.
5회도 깔끔했다. 박해민 좌익수 뜬공, 김현수 투수 땅볼, 오스틴 삼진으로 잘 막아냈다.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손동현은 김범석과 오지환을 연속 삼진으로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9타자 연속 범타 처리. 하지만 구본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으면서 흐름이 끊겼다. 손동현은 여기까지였다. 김민수와 교체됐다. 이후 김민수가 허도환에게 볼넷을 내주긴 했지만 실점하지 않으면서 손동현의 실점도 없었다.
손동현이 호투하는 사이 팀 타선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4회 강백호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5회 로하스의 밀어내기 볼넷에 이어 6회 타자 일순 7득점을 뽑아 역전을 이뤄냈다. 7회엔 상대 폭투로 한 점 더 추가해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덕수중-성남고 출신 우완투수 손동현은 2019 2차 3라운드 21순위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필승조로 자리매김하며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플레이오프가 압권이었다. 첫 포스트시즌 무대였던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에서 핵심 불펜으로 나와 완벽하게 역할을 수행했다. 5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1승 1홀드 7이닝 3피안타 3탈삼진을 기록했다. 그 결과 플레이오프 MVP라는 결과물도 안았다.
가치도 인정받았다. 억대 연봉 계약을 맺으며 따뜻한 겨울을 지냈다. 하지만 올 시즌 출발이 좋지는 않다.
이날 경기 전까지 16경기 16⅓이닝 2홀드 평균자책점 6.61을 마크하고 있다.
이날 호투로 반전을 이룰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경기 후 만난 손동현은 "사실 어제부터 마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재헌이 형이 첫 선발 등판이기도 하고 코치님께서 빠르게 나갈 거라고 해서 빠르게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만큼은 마음가짐이 달랐다. 손동현은 "그동안 결과가 좋지 않으면서 스스로 많이 의기소침해지고 작아졌다. 오늘은 조금 격한 표현일 수도 있는데, '이 타자들은 무조건 내가 때려 잡는다'고 독한 마음을 막고 던졌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동료들의 조언도 힘이 됐다. 특히 박경수가 한 이야기가 그랬다.
손동현은 "경수 선배님이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아라, 도망가지 말라'고 해주셨다. '프로 선수인데 강하게 해야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냐'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절대 성장하지 못 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게 진짜 엄청나게 와닿았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현재 KT 선발진에는 구멍이 많다. 웨스 벤자민, 고영표, 소형준, 엄상백까지 무려 4명의 선발 투수들이 빠져있다. 어쩌면 손동현이 대체 선발로 나설 수도 있을 터. 하지만 손동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선발 욕심은 없다. .내 자리는 불펜인 것 같다. 중간이 더 잘 맞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여기서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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