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스타 PD 넘어 예능 아이콘이 되다

홍혜민 2024. 5. 19.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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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히트 예능 배출한 PD서 직접 라이브 방송·콘텐츠 주역으로
백상예술대상서 유재석·기안84 등 제치고 남자 예능상 수상
연출 예능 단발성 출연 아닌 PD의 '브랜드화' 통한 시너지 창출
나영석 PD는 최근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예능상을 수상했다. 채널십오야 유튜브 캡처
"죄송합니다. 제가 받을 일이 없는 분야의 수상 후보로 지목된 것만 해도 이상하긴 하지만 재미있어서 나왔는데 상까지 주시니 수상 소감도 생각을 못 했어요."

최근 개최된 '제6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예능상을 수상한 나영석 PD가 밝힌 수상 소감이다. 나 PD는 당시 유재석 탁재훈 기안84 침착맨(이말년)이라는 쟁쟁한 경쟁 후보를 제치고 남자 예능상을 수상하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자신의 수상 이유에 대해 "아마도 최근 연출을 조금 불성실하게 하고 유튜브를 통해서 구독자들과 이런저런 콘텐츠를 만들어서 상을 주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 PD는 최근 과거 자신이 연출한 예능의 스핀오프, 웹예능 포맷에 맞춰 제작한 콘텐츠 등을 공개해 온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서 직접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자신을 주축으로 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기존의 역할에서 확장된 행보를 선보여 왔다.

그간 '1박 2일'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꽃보다 청춘'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등 TV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굵직한 예능을 탄생시키며 국내 예능계를 대표하는 '스타 PD'로 입지를 굳힌 나 PD에게 인터넷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영역 확장은 신선한 도전이었다.

이러한 도전의 배경이 된 것은 '출장 십오야' 콘텐츠였다. 앞서 인기 예능을 연출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지만, 인터넷 콘텐츠의 주 소비층인 MZ세대에게 나 PD 자체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기 위한 '한 방'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배우 뿐 아니라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이 출연한 '출장 십오야' 시리즈는 유의미한 계기가 됐다. 출연진들을 통해 '나영석 표 예능'에 흡수된 MZ 시청층은 각종 밈과 센스 있는 연출이 어우러진 나 PD 표 예능에 스며들었고, 이는 나 PD의 새로운 도전에 있어 탄탄한 기반이 됐다.

유효한 시청층과 탄탄한 연출·기획력, 숱한 흥행작까지 삼박자를 갖춘 나 PD의 새 도전은 곧바로 '순항' 기류를 탔다. 이 가운데 나 PD는 연출자로서의 역할에 갇혀있는 대신 직접 전면에 나서는 새 방법을 택하며 변주를 시도했다. 본인이 진행을 맡고 연예인 게스트 혹은 제작진 등이 출연하는 방식으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 나 PD는 이후 자신을 중심으로 한 웹 콘텐츠를 선보이며 '예능인'으로서의 스펙트럼 확장을 알렸다.

여기에 나 PD가 콘텐츠의 주축이 되면서 연출을 맡게 된 젊은 PD들의 센스 있는 연출은 젊은 PD들로의 세대교체를 자연스럽게 이끎과 동시에 나 PD의 '브랜드화'에 힘을 실었다. 대중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 나 PD의 이미지 변신도 한 몫을 했다. 나 PD는 MZ세대의 감성을 잘 이해하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부터 자신의 연출작에선 볼 수 없던 소탈하고 친근한 모습 등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젊은 네티즌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나 PD의 이러한 행보와 성과는 기존 TV 플랫폼 시장에 머물러 있던 연출자들과 예능에 새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누구보다 TV 예능을 대표하는 인물이었던 나 PD가 웹예능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나아가 스스로를 하나의 브랜드로 내세워 '스타 PD'에서 진화한 '예능 아이콘'이 됐다는 점은 변화하는 예능 시장에서 새로운 이정표가 됐다.

이같은 나 PD의 행보를 바라 보는 방송가의 시선 역시 긍정적이다. 한 예능 관계자는 "스스로 콘텐츠 최전선에 나서며 PD 본인 뿐만 아니라 함께 연출을 맡고 있는 후배 PD들, 작가들의 역량까지 조명했다는 점에서 나 PD의 행보는 영리한 전략"이라며 "기존 TV 예능을 연출해 온 PD들의 입장에서도 나 PD의 해보는 의미가 크다. 아이디어와 감각만 있다면 하락세를 걷고 있다고 평가 받는 TV 예능 시장을 넘어 웹 콘텐츠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셈"이라고 평가했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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