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생일에 정상 오른 최경주 "연장 첫 홀 믿을 수 없어, 극적인 우승"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54번째 생일을 맞은 최경주(54·SK텔레콤)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 원)에서 연장 혈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그는 KPGA 최고령 우승 기록과 함께 KPGA 투어 통산 17승째를 수확했다. 2012년 10월 CJ 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 만에 KPGA 투어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경주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최종일에 3오버파로 주춤했다. 그는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해 박상현(41·동아제약)과 연장 승부를 펼쳤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보기에 그친 박상현을 제쳤다.
이로써 그는 KPGA 투어 통산 17승째를 수확했다.
최경주의 가장 최근 우승은 2011년 5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었는데 13년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이는 2021년 9월 PGA 챔피언스투어(50세 이상 출전 대회) 퓨어 인슈어런스 챔피언십 우승을 제외한 기록이다.
1970년 5월 19일생인 그는 KPGA 최고령 우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 기록은 최상호로 2005년 KT&G 매경오픈에서 50세 4개월 25일에 우승한 바 있다.
나아가 1997년을 시작으로 이번이 이 대회 22번째 출전인 최경주는 우승 횟수를 '4'로 늘렸다. 2003년과 2005년, 2008년 이후 16년 만에 SK텔레콤 정상을 차지했다.
연장 첫 홀에서 운 좋게 파 세이브를 한 최경주는 두 번째 연장 승부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박상현이 먼저 파 퍼트에 실패했고, 최경주가 파 세이브를 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최경주와의 일문일답이다.
-우승 소감은
▶이번 주가 SK텔레콤 오픈 주최사인 SK텔레콤 창립 40주년이다. 그런데 SK텔레콤 오픈 대회 4번째 우승을 했다. 정말 큰 성원 속에서 이렇게 우승하게 됐는데 기쁘고 이 감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연장 1번째 승부에서 2번째 샷이 '물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갤러리의 반응을 보니 공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 조그마한 섬에 공이 있었고 이후 파로 막아낸 것이 우승에 주효했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연장 1번째 홀 2번째 샷이 조그마한 섬에 빠졌다. 그곳에서 상황이 어땠는지. ▶공 앞에 돌이 30㎝ 정도 튀어나와 있었다. 54도 웨지로 샷을 하려고 했는데 돌에 부딪힐 것 같았다. 캐디도 54도 웨지보다는 59도 웨지를 추천했다. 샷을 해서 공을 좀 밀면서 스핀 없이 그린 위에서 굴러가게 의도했다. 여기서 한 샷, 일명 '아일랜드 샷'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이번 대회서 우승하고 싶었다. 몸은 계속 부담이 오고 그래서 더 간절해진 것 같다. 그래서 그 아일랜드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위치에 있던 것이 안 믿어진다. 정말 극적으로 우승했다.
-SK텔레콤 오픈’ 4번째 우승을 이뤄낸 그 섬이 앞으로 핀크스GC의 랜드마크가 될 것 같은데 이름을 붙인다면? ▶'K J CHOI 아일랜드'로 붙이고 싶다.
-1라운드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생일인 '519를 기억해 주세요'고 했다. 경기하는 동안 본인의 이러한 것들이 의식됐는지. ▶오늘 그린이 상당히 어려웠다. 그래서 플레이하는 데 혼선이 왔다. 최종일 오버파를 많이 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분명히 누군가 치고 올라올 것 같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몸 상태는 부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 홀 한 홀 버텼다. 연장 들어가기 전 18번 홀 경기의 경우 벙커 안에 공간이 없는 상황에서 샷을 해야 했다.
-연장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지. ▶건방지게도 못 했다(웃음). 마지막 홀에 캐디가 보기 하면 연장전을 간다고 했다.
-연장 승부가 끝나고 박상현 선수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일단 너무 우리 후배 선수들 너무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상현 선수가 내게는 '우승 축하한다. 생신도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후배 선수들 다 좋은 경기 보여줬고 파이팅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항상 후배 선수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힘이 난다.
후배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이 코스를 정복하고 싶고 계속 도전하면서 경기했다. 이 도전 속에서 분명 배운 것이 많았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PGA투어와 PGA 챔피언스투어를 오가며 쌓은 경험으로 이러한 상황을 끌고 가는 페이스가 분명히 있다. 오늘도 후반에는 쉽지 않았는데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
-지난 우승과 비교해 보면 이번 우승이 본인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 ▶사실 국내서 우승했을 때 오늘처럼 이렇게 감정이 벅찬 적이 없었다. 당시에는 철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2008년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고 나서 이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이번 주는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대회 개막 전 프로암을 하는데 주최사 대표님께서 '이러다가 우승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나는 '저는 컷 통과만 하겠습니다'고 이야기했는데 대표님 말씀대로 우승하게 됐다. 이번 우승이 정말 기쁘고 앞으로 내 자신의 발전과 함께 삶을 확실히 변화시킬 수 있는 우승인 것 같다.
-향후 계획은. ▶일단 내일 출국을 한다. 시니어 PGA 챔피언십 대회에 출전한다. 이후 격주로 규모가 큰 대회에도 나설 계획이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올해 목표는 이번 시즌 PGA 챔피언스투어 상금순위 top 10에 진입하는 것이다. PGA 챔피언스투어도 정말 쉽지 않은 무대다. 열심히 해보겠다.
-현재 몸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코올, 탄산을 끊었다. 커피도 7일째 안 마시고 있다. 커피가 칼슘을 빼앗아 간다고 해서 그렇다. 콜라를 끊고 나서 커피를 마시게 됐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해서 커피도 안 마신다. 가능하면 차를 마신다. 경기 시작 전 루틴은 일단 40분 정도 가볍게 운동한다. 스트레칭도 하고 테라피도 받는다. 이후 샷과 퍼트 연습을 한다. 퍼트 연습 같은 경우는 그린에 꼭 자를 놓고 한다. 자를 두고 퍼트 연습을 하면 경기 중 압박을 받을 때 정말 좋은 효과가 있다. 오늘 18번 홀에서도 연습했을 때처럼 퍼트했다. 경기하지 않을 때는 샷은 500개 정도 하는 것 같다. 벙커샷부터 아이언샷, 어프로치까지 다 한다. 늘 연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근육이 빠진다.
-40~50세 중년 남성들에게 이번 우승이 좋은 활력이 됐다. 추천하고 싶은 몸 관리 방법은. ▶일단 잘 먹어야 하고 술을 끊어야 한다. 그리고 잠을 잘 자야 한다. 몸에 해가 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꾸준한 운동도 필요하다.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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