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측정`과 함께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

2024. 5. 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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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성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

길이의 단위인 '미터'는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 때 정해졌다. 그 이전에는 왕의 발이나 팔, 손가락 길이 등을 기준으로 길이를 쟀었다. 당시 과학자들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인정할 수 있는 단위를 만들기로 하고, 북극에서 적도까지의 거리를 1000만 미터로 미리 정한 후 프랑스 북부 도시인 덩케르크에서 스페인의 바로셀로나까지의 거리를 실제로 측량하여 미터의 길이를 결정했다.

이 미터 단위를 프랑스를 포함한 17개 나라에 보급하는 데 80여 년이 걸렸다. 1875년 5월 20일에서야 각 나라 대표가 모여 미터를 길이의 단위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는 미터협약을 체결했다. 미터협약은 세계 최초의 다자간 국제조약이었다. 미터협약을 통해 지역마다 나라마다 제각각이던 길이의 기준이 세계적으로 통일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 과학기술은 끊임없이 발달해 현재 미터는 '진공에서의 빛의 속력'이라는 불변의 숫자를 이용하여 정의되고 있다. 미터 정의에 레이저를 사용하게 되면서 1970년대에 비해 길이 측정의 정확도는 약 백만 배 높아졌다.

국제도량형국은 어렵게 체결된 미터협약을 기억하고 또 측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측정의 날'로 정했다. 1959년에 미터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100여개 회원국이 각 나라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매년 시대를 반영하는 주제를 새롭게 정하는데, 올해 선정된 세계 측정의 날 주제는 '측정과 함께 여는 지속가능한 미래'이다.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욱 중요하게 다가온다. 작년 유독 길었던 장마로 인해 사과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면서 올해 사과값이 금값이 되었다. 지난달 말부터 브라질 남부 지역에 발생한 폭우는 심각한 인명피해를 가져온 것은 물론 세계 최대 옥수수와 대두 생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같은 시기 동남아시아에서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져 커피와 설탕 가격이 치솟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가 상승을 일컫는 '기후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측정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조망하는 주제를 선정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측정은 과학의 시작이자 과학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도구이다. 측정을 통해 우리는 탄소 배출량을 정량화하거나, 폐기물을 측정하고, 자연 서식지를 모니터링하는 등 기후변화, 오염, 자원 고갈과 같은 복잡한 환경 문제를 이해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환경 연구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은 측정을 통해 얻은 정확한 데이터를 이용해 미래를 위한 현명한 방향을 찾아갈 수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대기, 수질, 토양 등의 환경 오염물질의 측정은 물론, 온실가스 굴뚝 배출량 국가측정표준 테스트베드 구축, 이산화탄소, 메탄, 육불화황 등 온실가스에 대한 표준분석기법 개발, 고층기상모사시스템 개발을 통한 대기 상층의 기후물리량 측정 등 다양한 측정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측정을 통해 환경 매개변수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대처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표준연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종의 탄소중립기술 상용화를 위해 탄소중립기술 인증평가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국가핵심산업인 반도체 산업 공정 중에 발생하는 가스물질의 인증을 위한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여 날로 높아지는 탄소장벽에 대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에서 세계 195개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 ℃ 아래로 유지하기 위해서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정하고 실천하기로 약속했다. 이제 임계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2024년 세계 측정의 날은 측정이 수행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통해 우리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지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유네스코가 세계 측정의 날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더욱 의미가 있다. 측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세계 시민 모두가 세계 측정의 날의 의미를 기억하고 기념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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