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로또 개혁이 필요한 이유
3주 전쯤 미국 복권인 파워볼 1등 당첨자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었다.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당첨금의 주인공은 미 서부 오리곤주에 거주하는 쳉 새판(46) 씨였다. 그는 30년 전 라오스를 떠나온 이민자로 2016년 암진단을 받아 투병중이었다. 그는 세금을 제외하고 4억2200만달러(약 5806억원)를 일시불로 받았다.
미국식 로또인 파워볼은 한국 로또와는 여러모로 다르다. 무엇보다 1등 당첨자의 수령금액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지난 토요일 로또 1등 당첨자는 11명, 당첨금은 25억2216만원이었다. 세금을 제외하면 1인당 17억2284만원을 수령하게 된다. 매우 큰돈이지만 미국 파워볼에 비하면 당첨금액은 0.15%에 불과하다. 말하자면 미국 파워볼 당첨금은 한국보다 670배나 많다.
파워볼은 주3회(월, 수, 토) 추첨하는데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당첨 금액은 이월된다. 쳉 새판 씨의 당첨금은 3개월 넘게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누적된 금액이다. 파워볼 1등에 당첨되기 위해서는 흰색 공 69개중 5개와 빨간 공 26개중 1개의 번호를 맞혀야 한다. 6개 숫자를 동시에 맞힐 확률은 2억9220만분의 1이다. 또 다른 복권인 메가밀리언스 행운 숫자 6개를 맞출 확률은 3억 257만분의 1 확률이다.
반면 6/45로 불리는 한국 로또는 1~45까지 숫자 중 6개를 맞추는 814만분의 1 확률이다. 매주 로또가 8000만~1억장이 팔리기에 확률적으로 당첨자가 매주 8~12명 정도가 나온다. 1등 당첨자가 이월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조작 의혹이 빈번하게 제기된다. 지난해 3월에는 1명이 같은 번호로 구매한 100장이 모두 2등에 당첨되어 번호유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웬만하다면 복권 당첨자의 신상을 공개한다. 쳉 새판 씨의 암투병 사실이 알려진 것도 1등 당첨자의 신상공개가 오리건주 복권당국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당첨자 신상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붙인다. 한국 특유의 연줄사회에서 신상 공개가 부정적인 문제를 일으킬까 염려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존중도 중요하지만 복권운영의 투명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로또는 한마디로 1000원을 내고 500원을 돌려받는 게임이다. 나머지 500원의 복권수익금을 갖고 국민체육진흥공단, 문화재청(국가유산청) 등에서 다양한 공익사업을 하고 있다. 여기저기 사용처가 많다보니 준조세처럼 인식된다. 누가 1등에 당첨되었는지 모르고, 또 사용처도 너무 다양하다보니 복권의 공익성은 상당부분 희석된다. 그냥 1등 당첨에 대한 탐욕만이 지배한다.
반면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복권 수입금으로 경찰과 소방관들의 연금 등 '제복 입은 영웅'의 복지에 사용한다. 미국인들은 복권에 당첨되지 않더라도 그 돈이 매우 값지게 사용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한 당첨자들의 스토리를 읽으면서 복권이 일확천금의 도박이 아니라, 서민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로또 당첨금은 일반 서민들이 꿈꿀 수 없는 큰돈이다. 하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 등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인생역전'을 내세운 로또의 취지는 퇴색해졌다. 오히려 '로또 아파트'가 더 현실적이다. 20일 공급되는 서울 반포의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의 조합원 취소분에 대한 청약당첨자는 시세차익으로만 20억원 이상을 얻게 된다. 해당 아파트의 현 시세는 2021년 6월 분양할 당시 19억5000만원에서 3년 만에 20억원이 올랐다.
2002년 12월 시작된 로또는 그동안 서민들에게 한 주간의 행복한 기다림을 제공해왔다. 이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당첨확률을 낮추고 당첨금의 이월도 제한 없이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미국 파워볼처럼 69개 정도의 숫자에서 5개, 26개 숫자에서 1개를 뽑아도 좋다. 복잡하다면 현재의 45개 숫자에서 6개가 아니라, 7개를 뽑는 방식으로 당첨확률을 낮춰도 된다.
복권판매액을 다양한 곳에 사용하는 것보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시급한 한 가지 문제에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출생률 제고, 지역 산부인과 및 소아과 확충을 위한 재원으로만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그렇게 된다면 1000원짜리 로또 1장으로 거액에 당첨된다는 '행복한 상상'과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기부라는 기쁨'을 동시에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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