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세 생일에 축포···최경주의 '특별한 날'

■KPGA SK텔레콤 오픈 우승
박상현과 2차 연장전 끝 정상
최상호 넘어 최고령 우승 경신
첫 연장서 '섬 안착' 극적인 파
장종민·이태훈·김백준 3위에

최경주가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 1번 홀에서 벙커를 탈출하고 있다. 사진 제공=KPGA

최경주가 SK텔레콤 오픈 최종 라운드 1번 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뒤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KPGA

[서울경제]

“팬들의 기도와 성원에 정말 감사합니다.”

수많은 우승컵을 수집한 만 54세의 한국 남자골프 ‘레전드’가 우승 소감을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12년 만에 거둔 우승을 역대 최고령이라는 대기록으로 장식한 순간이었다.

‘탱크’ 최경주가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 원) 제패로 자신의 54번째 생일을 자축했다. 최경주는 1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 동·서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3오버파 74타(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를 쳐 박상현(41)과 동타를 이룬 뒤 2차 연장전에서 승리했다.

1970년 5월 19일생인 최경주는 2005년 KT&G 매경오픈에서 최상호(50세 4개월 25일)가 세웠던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SK텔레콤 오픈에서만 4승째를 수확한 최경주는 KPGA 투어 개인 통산 승수를 17승으로 늘렸다. 해외 투어 13승을 포함하면 통산 30번째 우승. KPGA 투어 우승은 2012년 10월 CJ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 만이다.

이날 5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최경주는 7번 홀까지 2타를 잃고 흔들렸다. 이 사이 박상현이 전반에 버디 3개를 잡아 2타 차로 좁혀왔다. 9번 홀(파5) 버디로 분위기를 바꾼 최경주는 11번 홀(파4)에서 장거리 버디 퍼트를 성공, 추격자들과의 격차를 4타로 벌렸다. 하지만 박상현의 추격은 끈질겼다. 최경주가 12번과 13번 홀(이상 파4)에서 3퍼트로 연속 보기를 적어내는 동안 박상현은 15번 홀(파4) 버디로 1타 차까지 따라붙었다. 최경주는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뒤 벙커에 빠뜨린 뒤 보기를 적어내 결국 연장전에 끌려갔다.

연장 승부에서는 위기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베테랑의 투혼이 빛났다. 18번 홀에서 치러진 1차 연장전에서 최경주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못 미친 페널티 구역으로 보냈다. 물에 빠진 것 같았던 볼은 개울 속 작은 섬 형태의 러프 위에 놓여 있었고, 정교한 세 번째 샷을 홀 가까이 붙여 파를 지켜냈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박상현도 파를 기록하면서 최경주는 기사회생했다.

같은 18번 홀에서 2차 연장전에서는 그린을 놓친 박상현의 파 퍼트가 빗나갔고,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최경주가 약 1m 거리의 파 퍼트를 넣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승 상금은 2억 6000만 원. 최경주는 1차 연장전 상황에 대해 “손으로 올리기도 어려운 곳에 볼이 놓였는데 신의 은혜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이 샷으로 우승할 수 있었다”며 “이 작은 섬에 최경주 아일랜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고 했다.

이날 4타를 줄인 박상현은 KPGA 투어 통산 13승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장종민, 이태훈, 김백준, 이승택이 합계 1언더파로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정문영 기자 my.j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