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감정이 벅찬 적 없었다" 최경주도 울컥, 완벽한 54세 생일→최고령 우승 새 역사 썼다
[마이데일리 = 심혜진 기자] 54번째 생일에 완벽한 드라마를 썼다. 최경주(54·SK텔레콤)가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총상금 13억 원)에서 연장 혈투 끝에 정상에 올랐다. 최고령 우승자가 됐다.
최경주는 19일 제주도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 최종일에 버디 2개와 보기 4개를 기록하며 2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최경주는 박상현(41·동아제약)과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그리고 연장 두 번째 홀에서 파를 기록하며 보기에 그친 박상현을 제쳤다.
이로써 KPGA 투어 통산 17승째를 수확한 최경주는 정규투어 통산 29승(KPGA 투어 17승, 해외투어 12승)째를 거뒀다. 기록도 세웠다. 2005년 KT&G 매경오픈에서 최상호(50세 4개월 25일)가 세웠던 KPGA 투어 역대 최고령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KPGA 투어에서 우승은 2012년 10월 CJ인비테이셔널 이후 11년 7개월 만이다.
1997년을 시작으로 올해가 이번 대회 22번째 출전인 최경주는 우승 횟수를 '4'로 늘렸다. 2003년과 2005년, 2008년 이후 16년 만에 SK텔레콤 정상을 차지했다.
3라운드까지 2위권을 5타 차로 앞선 채 최종라운드에 올입한 최경주는 7번홀까지 보기 2개를 범하면서 흔들렸다.
전반 막판부터 힘들 냈다. 9번홀(파5)과 11번홀(파4) 연속 버디로 선두를 굳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12~13번홀 연속 보기로 다시 타수를 잃었다. 그러자 추격자 박상현이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잡으며 최경주를 압박했다.
박상현이 1타차로 뒤진 채 먼저 경기를 마친 상황에서 최경주는 마지막 18번홀 보기를 기록해 승부는 결국 연장에 돌입했다.
연장 첫 홀에서 행운이 따랐다. 18번 홀(파4)에서 치러진 1차 연장전에서 최경주는 두 번째 샷을 그린에 못 미친 페널티 구역으로 보냈다. 물에 빠진 것 같았던 공은 해저드 내 러프 위에 있었고, 최경주는 세 번째 샷으로 그린 위에 올려 파로 막았다. 박상현도 파를 기록하며 2차 연장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연장 승부에서 최경주의 집중력을 빛을 발했다. 같은 18번홀에서 치러진 2차 연장전에서 박상현이 먼저 파 퍼트를 실패했고, 최경주가 파 세이브를 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최경주는 "이번주가 ‘SK텔레콤 오픈’ 주최사인 SK텔레콤 창립 40주년이다. 그런데 ‘SK텔레콤 오픈’ 대회 4번째 우승을 했다. 정말 큰 성원 속에서 이렇게 우승하게 됐는데 기쁘고 이 감정을 설명하기 어렵다. 연장 1번째 승부에서 2번째 샷이 ‘물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갤러리의 반응을 보니 공이 살아 있을 것이라고 느끼게 됐다. 조그마한 섬에 공이 있었고 이후 파로 막아낸 것이 우승에 주효했다. 이런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우승의 원동력이 된 샷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공 앞에 돌이 30cm 정도 튀어 나와있었다. 54도 웨지로 샷을 하려고 했는데 돌에 부딪힐 것 같았다. 캐디도 54도 웨지보다는 59도 웨지를 추천했다. 샷을 해서 공을 좀 밀면서 스핀 없이 그린 위에서 굴러가게 의도했다. 여기서 한 샷, 일명 ‘아일랜드 샷’은 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정말 이번 대회서 우승하고 싶었다. 몸은 계속 부담이 오고 그래서 더 간절해진 것 같다. 그래서 그 아일랜드가 있었던 것 같다. (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 위치에 있던 것이 안 믿어진다. 정말 극적으로 우승했다"고 감격스러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 섬을 ‘K J CHOI 아일랜드’로 붙이고 싶다"고 거듭 기뻐했다.
후배들과 경쟁 끝에 우승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최경주는 "일단 너무 우리 후배 선수들 너무 고생했다고 이야기했다. 박상현 선수가 내게는 ‘우승 축하한다. 생신도 축하한다’고 이야기했다. 정말 후배 선수들 다 좋은 경기 보여줬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항상 후배 선수들에게 고맙다. 그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힘이 난다. (웃음)"면서 "후배 선수들도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이 코스를 정복하고 싶고 계속 도전하면서 경기했다. 이 도전 속에서 분명 배운 것이 많았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PGA투어와 PGA 챔피언스투어를 오가며 쌓은 경험으로 이러한 상황을 끌고 가는 페이스가 분명히 있다. 오늘도 후반에는 쉽지 않았는데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해보자는 각오로 경기에 임했다"고 돌아봤다.
이번 우승에 대해 최경주는 "사실 국내서 우승했을 때 오늘처럼 이렇게 감정이 벅찬 적이 없었다. 당시에는 철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2008년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하고 나서 이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이번주는 어떻게 극복해 나아갈까’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사실 대회 개막 전 프로암을 하는데 주최사 대표님께서 ‘이러다가 우승하는 거 아닙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나는 ‘제가 우승하면 안 된다. 여기 얼마나 좋은 후배 선수들이 많은데 저는 컷통과만 하겠습니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대표님 말씀대로 우승을 하게 됐다. 이번 우승이 정말 기쁘고 앞으로 내 자신의 발전과 함께 삶을 확실히 변화시킬 수 있는 우승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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