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의대 반수’ 열풍

정유진 기자 2024. 5. 19.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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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뒤 가장 먼저 바빠진 곳은 다름 아닌 입시 학원가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의 50%가량 확대가 기정사실화되자, 의대에 가기 위해 수능에 재도전하려는 반수생들이 강남 학원가에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 고연봉 직장인까지 입시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니, ‘의대 입시 열풍’이 몰아치고 있는 셈이다.

의대 정원은 전체 대학 정원의 1%도 되지 않지만, 입시 피라미드 최상단에 위치한 탓에 대입 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입시업계 표현대로 “최상위권이 의대부터 채우고 쭉쭉 내려오는 식”이어서, 의대 정원이 늘면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진학문부터 넓어지는 연쇄 효과가 발생한다. 재학생보다 수능 점수가 높은 ‘N수생’이 늘어나면 변별력을 위해 수능 난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입시 커뮤니티에는 “수능 최저 등급 맞추기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의대 열풍에는 일단 의사 면허를 따기만 하면 정년도 없이 평생 안정적으로 고소득이 보장된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게다가 의사는 변호사 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지대 추구’가 용이한 거의 마지막 직군이다. 경제학에서는 새로운 부를 창출하지도 않으면서 공급·경쟁 제한을 통해 자신의 몫을 늘리려는 행위를 ‘지대 추구’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의대 증원 결사 반대에 나선 의사들의 행위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한쪽에선 의사 기득권을 선망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의사가 되겠다고 하는데, 정작 의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주장하기 위해 “용접이나 배우겠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다.

20일이면 전공의 이탈 사태가 꼭 3개월을 맞는다. 그새 의·정 갈등으로 인해 환자와 국민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법원은 “의대 증원이 공공복리에 부합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의사들은 여전히 ‘한국 의료의 미래를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정작 의대 정원의 객관적 근거와 실효적 로드맵은 미궁인 채, 입시부터 정치까지 3개월째 이 블랙홀에 빠져 있는 것이다. ‘한국 의료 미래’를 논쟁하는 벼랑 끝 의·정 대치에 환자는 없다.

비수도권 의과대학 학생 대표 등 의대생들이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각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의대 입학 전형 시행 계획 변경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정유진 논설위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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