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다” 이정후 ML 첫 시즌 기대타율 0.284…안 다쳤다면 2푼2리 극복했을까, ‘이것’이 관건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메이저리그에서 보낸 한달 반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정후(26,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왼 어깨 관절와순 복구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뒤 미국 언론들에 남긴 코멘트다. 이정후는 올 시즌 37경기서 145타수 38안타 타율 0.262 2홈런 8타점 15득점 출루율 0.310 장타율 0.331 OPS 0.641을 기록했다.
6년 1억1300만달러(약 1532억원) 계약을 감안할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KBO리그와 차원이 다른 최고의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정적으로 불운한 타구가 너무 많았다. 스탯캐스트 기준 이정후의 기대타율은 0.284다. 19일 기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32위다. 리그 상위권이다.
이정후는 기대출루율도 0.331로 메이저리그 전체 75위, 기대장타율은 0.416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83위다. 기대출루율과 기대장타율의 순위는 메이저리그 상위권은 아니다. 그래도 시즌 출루율, 장타율보다 높다.
담장이 높은 보스턴 레드삭스의 펜웨이파크에서 수 차례 좌절했고, 하필 스코어보드가 설치돼 담장이 조금 높게 설정된 콜로라도 로키스의 쿠어스필드에서 홈런이 될 타구가 안타가 됐다. 기대타율이 매우 높은 타구가 잡히거나 장타가 단타가 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물론 메이저리그 모든 타자에게 거의 비슷한 조건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최소 각 구단과 2~3경기씩은 치르기 때문이다. 득점권타율이 시즌 타율에 수렴하듯, 기대타율도 결국 시즌 타율에 수렴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정후가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애버리지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서 수비를 하다 어깨를 다치면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올 시즌 이정후를 복귀시킬 생각이 전혀 없다.
결국 이정후가 앞으로도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으려면, 타구를 띄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이정후의 올 시즌 평균 타구속도는 89.1마일로 메이저리그 전체 87위다.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정후의 올 시즌 평균 발사각은 9.2도로 메이저리그 전체 134위다. 하드히트(타구속도 95마일 이상) 비율은 41.8%, 메이저리그 전체 82위지만, 배럴타구(타구속도 98마일 이상, 발사각 26~30도) 비율은 4.5%로 메이저리그 전체 137위다.
이정후가 홈런타자가 아니기 때문에 꼭 배럴타구를 많이 만들 필요는 없다. 그러나 발사각을 좀 더 높일 필요는 있다. 부상 이전에 조정과정을 거쳐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는데, 그 성과를 어깨부상과 수술로 확인할 수 없게 됐다.
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의 계약은 올해를 지워도 5년이 남아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메이저리그에 가치를 입증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우선 어깨 수술과 재활을 잘 한 다음, 다시 방망이를 잡고 원래의 방향성을 이어가면 될 듯하다. 이정후는 키움 히어로즈 시절 방망이를 어깨에 걸쳐놓고 오픈스탠스로 치는 스타일을 메이저리그에서도 유지하되, 히팅포인트까지 더 빠르고 강하게 스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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