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KT 손동현은 잊어주세요…‘고참’ 박경수의 현실적 조언 와닿아 “그렇게 하면 너희 못 큰다”[스경X현장]
둥글둥글한 인상, KT 손동현을 보면 ‘순둥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제 ‘순둥이’의 이미지는 필요하지 않다. 선배의 조언을 마음에 새긴 손동현(23)이 독해졌다.
손동현은 19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팀의 두번째 투수로 나와 3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KT는 10-4로 승리하며 지난 16일 수원 롯데전 이후 이어진 3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지난 4월6일 잠실 경기 이후 LG전 4연패도 탈출했다.
올시즌 고영표, 웨스 벤자민 등이 부상으로 이탈한 KT는 최근 엄상백에게도 휴식을 부여했다. 선발진에 구멍이 뚫린 KT는 이날 선발 투수로 성재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성재헌은 2020년 LG에 입단했다가 지난해 방출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KT에 입단 테스트를 본 뒤 야구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돼 5경기 4이닝 5실점 평균자책 11.25를 기록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러다 선발진에 빈 자리가 생기면서 기회를 받았다. 퓨처스리그 11경기에서는 17.2이닝 2실점 평균자책 1.02로 좋은 성적을 낸 덕분에 눈에 띄었다. 이강철 KT 감독은 이날 성재헌의 한계 투구수를 최대 70개로 잡았다.
그러나 감독의 계획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성재헌은 3회를 채우지 못했다. 2.2이닝 3안타 4볼넷 1삼진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됐다. KT는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LG에게 빼앗겼다.
바로 다음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손동현이었다. 손동현은 구본혁을 삼진 아웃으로 돌려세운 뒤 4회에도 허도환-신민재-홍창기로 이어지는 LG 타선을 삼자 범퇴로 처리했다. 5회 역시 세 타자를 상대하며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6회에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놓고 구본혁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강판됐다. 6회 마지막까지 이닝을 채우지 못했지만 손동현의 이날 기록은 3이닝 1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이날 선발 투수인 성재헌보다 더 선발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투구수는 40개를 채웠으며 최고 145㎞의 직구(26개), 커브(9개), 포크볼(4개), 슬라이더(1개) 등을 고루 섞어 던졌다.
손동현이 LG 타선을 틀어막자 타선에서도 힘을 냈다. 4회 강백호의 솔로 홈런으로 추격을 시작한 뒤 5회에는 멜 주니어 로하스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한 점을 더 따라잡았다. 6회에는 무려 7득점을 뽑아내며 빅이닝으로 장식하며 리드를 가져왔다. 승리 투수는 손동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민수가 차지했지만 사실상 이날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은 손동현이었다.
성남고를 졸업한 뒤 2019년 2차 3라운드 21순위로 KT에 입단한 손동현은 지난해 64경기에서 73.2이닝를 소화하며 8승5패 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 3.42로 활약했다. 특히 지난해 열린 NC와 플레이오프에서는 전경기에 출장해 7이닝 동안 한 점도 내주지 않는 완벽투로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리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개막 후 3경기에서 평균자책 11.57로 부진해 3월31일 2군행 통보를 받았다. 4월10일 다시 1군으로 돌아왔지만 들쑥날쑥한 투구를 보였다. 4월 6경기에서 6.2이닝 6실점했고 5월 들어서도 5월8일 NC전부터 12일 두산전까지 3경기 연속 실점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두산전에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더니 이날 경기에서도 긴 이닝을 잘 소화하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손동현은 마인드의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경기 후 그는 “생각을 바꾸다보니까 결과가 잘 나왔다”라며 “이전에는 그냥 ‘올라가면 주자 막아야지’ 혹은 ‘잘 던져야지’라고만 생각했는데 결과가 안 좋다보니 나 스스로 많이 의기소침해지고 작아지더라”고 했다.
이날은 ‘독기’를 품었다. 손동현은 “타자를 내가 무조건 ‘때려잡는다’는 식으로 독하게 마음을 먹고 던졌는데 그게 또 좋은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같은 투수들 선배들은 물론 야수들도 손동현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야수로서의 시선에서 바라본 조언이 더욱 도움이 됐다. 손동현은 “형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강해져야 한다’, ‘독하게 마음 먹어야 된다’라고 했다”라며 “나도 결과를 회피하려고 한 것 같다”고 돌이켜봤다.
특히 최고참 박경수의 말이 마음에 꽂혔다. 손동현은 “박경수 선배님이 어린 선수들에게 결과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망가지 말라고 했다”라며 “프로 선수가 강하게 해야 결과가 따라오지 않겠냐라며 그런식으로 하면 ‘너희 절대 못 큰다’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평소 들어볼 수 없는 현실적인 조언이기에 더욱 마음이 와닿았다. 덕분에 손동현은 ‘독기’를 장착했다.
긴 이닝을 던졌고 KT가 현재 선발진에 자리가 많이 비어있는 상태이기에 선발 욕심도 낼 법했다. 그러나 손동현은 선발 이야기만 나와도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중간에서 열심히 하고 싶다. 내게 더 맞는 옷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수원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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