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기어였던 '원전 신설' 목소리···스웨덴도 20년내 10기 건설

송주희 기자 2024. 5. 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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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新 원전 르네상스'
日 에너지 계획 10년만에 뒤집어
美 재가동 원전 15억弗 대출 지원
올 그린본드로 9억弗 조달하기도
각국 청정에너지 기술로 다시 각광
[서울경제]

인공지능(AI)·반도체·전기차 등 첨단산업 발전에 힘입어 전력 수요가 폭증하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원전 확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금기어였던 ‘원전 신설’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고 미국은 폐로된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3년에 한 번 개정하는 중장기 에너지 정책 전문가 회의를 시작하면서 원전 정책의 변화를 예고했다. 2021년 수립한 6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2030년 전력 소비량 중 재생에너지를 36~38%, 원자력을 20~22%의 비중으로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한 자릿수인 원자력 비중을 올려 재생에너지와 함께 비(非)화석연료 비중을 높이면서도 2014년부터 강조해온 ‘원전 의존도를 줄인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해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기본 방침에 탈(脫)탄소 효과가 높은 전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점을 적시하며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을 포함시켰다. 그러면서 원전의 재건축 및 운전 기간 연장 등을 포함했다. 최근에는 금기어처럼 여겨져온 ‘원전 신설’을 강조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일본 전기사업연합회의 하야시 긴고 회장은 “에너지기본계획 개정 과정에서 최대한 원전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표현을 고쳐 신증설이나 재건축의 필요성도 명기하도록 요구하겠다”며 “(기본계획의) 의존도를 줄인다는 표현도 삭제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미 폐로된 원전 재가동을 지원하고 나섰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3월 재가동을 결정한 미시간주 팰리세이즈 원전에 대해 약 15억 달러의 대출 지원을 결정했다. 폐로 원전이 재가동된 것은 미국에서 처음이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은 지원을 발표하며 “원전은 미국 최대 탈탄소 전원”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전은 2017년 ‘5년 후 폐로’ 방침을 발표하고 2022년 5월 영구 가동 정지에 들어갔다가 부활했다. 당국의 인허가를 받아 2025년 중순부터 다시 가동이 시작되고 부지 내 소형 원전 건설도 추진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하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대상에 원전을 포함했고 노후 원전 지원,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투자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규 원자로인 보글 4호기도 지난달 상업 운전에 돌입했다. 보글 3호기는 지난해 7월 말 가동에 들어갔다. 보글 3·4호기는 1980년대 이후 신규 원전 건설이 사실상 중단됐던 미국에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건설 승인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4~2026년 전 세계적으로 신규 발전소가 상업 가동을 시작하면서 2026년 전 세계 원자력발전량이 2023년 대비 거의 1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에 신중하던 유럽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우럽연합(EU) 위원장은 올 3월 브뤼셀에서 각국 관계자가 모여 연 원자력 에너지 서밋에서 “원자력 기술은 클린에너지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적극적인 투자와 운전 기간 연장 등을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독일처럼 100% 탈원전을 단행한 나라도 있지만 최근 들어 원전 확대에 무게중심을 두는 곳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핀란드는 지난해 4월 40년 만에 원전 신규 가동에 들어갔고 스웨덴은 지난해 11월 원전 신설에 관한 제한을 철폐하는 한편 2045년까지 10기 신규 건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원전에 대한 재평가는 그린본드 발행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2021년 가을 캐나다 전력 회사가 원자력발전의 유지 및 운영을 위한 목적으로 세계 첫 발행에 나선 뒤 원전 운영사들의 관심이 커졌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21년 이후 금액이 확인된 환경채 발행(사모 제외) 규모를 집계한 결과 미국과 유럽에서 총 4건에 34억 달러가 몰렸다. 미국 최대 원자력발전 사업자 컨스텔레이션에너지는 올 3월 말 원자력발전 유지 및 확장에 이용할 수 있는 그린본드를 미국 최초로 발행해 흥행에 성공했다. 30년 만기로 발행된 이 채권에는 투자자가 몰려 4배 이상의 응찰률을 기록했고 총 9억 달러를 조달했다. 컨스텔레이션에너지의 대니얼 에거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의 강한 수요는 원자력발전이 수십 년에 걸쳐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완수할 청정에너지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프랑스 전력공사(EDF) 또한 지난해 11월 기존 원자로의 수명 연장을 위한 그린본드를 10억 유로 규모 발행했다. 핀란드의 전력 회사 포툼도 올 1월 환경 채권 발행 조건에 ‘원자력 활용’을 넣었다. 일본 역시 2월 발행이 시작된 그린트랜스포메이션(GX) 경제 이행채 대상에 차세대 원자력발전을 포함했고 규슈전력이 200억 엔 규모로 일본 최초의 GX 본드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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