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장기 이식받은 환자 생존기간 더 늘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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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을 이식받았던 미국의 60대 신장병 환자 리처드 슬레이먼이 12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세 번의 돼지 장기 이식 모두 환자의 생존 기간이 최대 두 달 정도에 머물렀다.
모히우딘 교수는 돼지 장기를 이식한 환자가 다른 이식 대기자보다 훨씬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의 짧은 생존 기간이 수술 때문인지 기존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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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신장을 이식받았던 미국의 60대 신장병 환자 리처드 슬레이먼이 12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지난 3월 16일 이식 수술을 받은 뒤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이식 당시 의료진은 돼지 신장이 2년은 기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전에 돼지 심장을 이식받았던 환자 두 명도 각각 60일, 40일 동안 생존했다.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세 번의 돼지 장기 이식 모두 환자의 생존 기간이 최대 두 달 정도에 머물렀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1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돼지 장기를 이식받은 '이종 이식'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이종 이식 분야에 대해 과학계가 얻은 교훈을 조명했다.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이종 이식은 이식에 쓰일 인간 장기 부족 문제의 해결 방안 중 하나다. 돼지는 장기 크기와 해부학적인 구조가 인간의 장기와 유사해 기증 종으로 선택됐다.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최초의 이종 장기 이식은 미국에서 2022년 시도된 돼지 심장 이식 사례다. 57세였던 환자 데이비드 베넷은 수술 후 60일 동안 생존했다. 2023년에 돼지 심장을 이식 받은 두 번째 환자 로렌스 포셋은 40일간 생존했다.
두 환자의 이식 수술을 담당했던 무하마드 모히우딘 미국 메릴랜드의대 외과 교수는 "첫 환자는 사망하기 몇 주 전부터 감염 증세를 보여 항체를 투여하는 면역 강화 요법을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과학자들은 항체 일부가 돼지 장기에 반응해 환자 상태를 악화시켰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모히우딘 교수는 지역 혈액 은행과 협력해 항체를 선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또 돼지 심장에 잠복해 있던 병원균이 환자에 해를 끼쳤을 가능성도 제시됐다. 베넷이 사망한 뒤 장기에서 '돼지 거대세포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는 장기 이식 전 검사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던 병원균이다. 모히우딘 교수는 이식할 장기를 선별할 때 더 민감한 검사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이종 이식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고 다른 치료법이 없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모히우딘 교수는 돼지 장기를 이식한 환자가 다른 이식 대기자보다 훨씬 아픈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환자들의 짧은 생존 기간이 수술 때문인지 기존 건강 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리처드 슬레이먼의 돼지 신장 이식 수술을 집도한 한 외과의는 슬레이먼이 사망하기 전날에도 신장이 잘 작동했으며 이식과 무관한 이유로 사망했다고 네이처에 밝혔다. 일부 연구자들은 FDA가 수술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장기 거부 반응을 예방하기 위해 돼지를 유전적으로 변형한다. 슬레이먼의 신장 이식에 사용된 돼지를 사육한 미국 생명공학 회사 이제네시스(eGenesis)는 면역 거부 반응과 장기에 숨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유전자를 69개 교정한 돼지를 생산했다.
로버트 몽고메리 미국 뉴욕대 랭건 이식연구소장 연구팀은 면역 기관인 흉선을 활용해 이식 대상자의 면역 체계가 돼지 장기를 인식하도록 돕는 새로운 접근 방식도 시도했다. 4월 12일 54세 환자인 리사 피사노에게 돼지의 흉선과 신장을 모두 이식한 것이다. 피사노는 현재 병원에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고메리 소장 연구팀은 17일(현지시간)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뇌사자의 조직 샘플을 분석해 인간 장기를 이식 받았을 때와는 다른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 공개했다. 연구팀은 이종 이식 시 거부 반응을 예측하고 맞춤형 면역억제제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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