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판단’ 김호중, 왜 팬들 앞에서 당당할까[스경연예연구소]

김원희 기자 2024. 5. 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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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과 12일 치러진 김호중의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고양 공연 모습. 생각엔터테인먼트



가수 김호중이 뺑소니 사고에도 당당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호중의 뺑소니 사고가 음주운전 의혹, 음주측정 회피 의혹, 사고 은폐 의혹, 증거인멸 의혹 등 온갖 논란이 더해지며 점입가경 사태로 흘러가는 가운데, 김호중은 예정 그대로 활동을 강행하고 있다.

김호중은 지난 18일 경남 창원시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국투어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무대에 올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호중 팬덤의 상징색인 보라색 옷을 입은 팬들이 공연장을 메운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김호중은 공연 중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 “여러분들 잠도 못 자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라 본다. 이번 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라며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모든 죄와 상처는 자신이 받겠다”는 당연한 얘기나 “풀리지 않는 숙제가 될 것 같다”는 아리송한 말로 뭉뚱그려 해명하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또 “바깥의 김호중이 있고 무대의 김호중이 있는데, 무대의 김호중으로 보여드리겠다”며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18일 오후 가수 김호중(33)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가 열린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인근에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애매하게나마 현 상황에 대해 김호중이 직접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고 소식 후 그는 경찰과 대중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가 지난 9일 뺑소니 사고를 낸 뒤 경찰서를 먼저 찾은 것은 그의 매니저로, 매니저는 ‘자신이 운전했’다는 허위 자백을 했다. 김호중은 여러 차례 이어진 경찰의 출석 요구에도 17시간이 지나서야 경찰서를 찾았고, 경찰의 추궁 끝에야 본인이 운전한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14일 사고 소식이 보도된 후에는 소속사나 대표 측이 팬카페나 언론 보도를 통해 입장을 계속 전하는 가운데도 침묵해왔다. 유흥업소를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고 대리운전으로 귀가한 후 다시 자택을 나와 사고를 낸 것이 밝혀졌음에도 음주 여부는 극구 부인했다.

가수 김호중이 지난 11일과 12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고양 공연에서 무대에 올라있다.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18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김호중이 사고를 내기 전 음주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는 감정 결과까지 나왔다. 김호중의 소변 감정 결과 술 마신 뒤 몸에 생기는 음주 대사체가 음주 여부를 가리는 기준치 이상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에 대한 해명은 없는 상황이다.

그가 팬들 앞에서만 떳떳할 수 있는 것은 팬들의 여전한 응원 덕이다. 18일 개최된 공연의 관람 가격은 인터넷 예매 기준 VIP석이 23만 원, R석이 21만 원이었다. 해당 체육관 규모는 약 5800석으로, 일반적으로 1만 석을 넘기는 서울의 대형 공연장에서 치러지는 정상급 K팝 아이돌 그룹의 공연보다 비싼 가격임에도 일찌감치 전석 매진됐다.

공식 팬카페를 통해서도 ‘가슴이 너무 아프다’ ‘얼마나 지쳐있었으면 그랬을까 이해가 된다’ ‘마음 변치 않겠다’ ‘이번 일은 잘 넘어갈 거다’ ‘언제나 그랬듯 울타리가 되겠다’ 등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또 김호중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커스텀 인이어와 똑같은 디자인으로 제작된 이어폰의 구매 후기도 속속 올라오고 있으며, 팬 투표 플랫폼에서는 김호중의 투표를 독려하며 응원하고 있다.

18일 개최된 가수 김호중(33)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창원 공연 현장 모습. 연합뉴스



팬심이라는 것 자체가 대중의 시선과 같을 수는 없다. 특히 중장년층 여성이 주를 이루는 팬덤의 입장에서 아들·손자뻘인 김호중을 생각하는 팬심은 더 애틋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팬심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이다. 김호중은 사고를 낸 당사자지만, 잠 못 드는 팬들을 위해서는 사과를 전하면서도, 사고에 대해서는 한 번의 사과도 없었다. 더욱이 사고 관련 각종 의혹은 차치하더라도, 소속사 대표의 사고 은폐 지시로 김호중을 비롯해 가담한 모두가 여지없이 범죄를 저지른 상황임에도 팬들의 마음을 앞세워 공연을 이어가기에 급급할 뿐이다.

이날 한 매체는 다음 달 예정된 김천 콘서트까지 예정대로 치러진다면, ‘약 47억 원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호중은 창원에서 치러지는 19일 공연도 계획대로 진행한다. 그가 생각하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치 아무 범법도 없었던 듯 팬들을 기만하며 ‘희망고문’을 이어가는 것은 결코 팬들을 위한 일이 아닐 것이다.

김원희 기자 kimw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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