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 가구 늘어나면서  혐오도 커졌다 [따듯한 동물사전]

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2024. 5. 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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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8일 대전에서 '맹견 70마리가 탈출했으니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매년 발표되는 통계에서는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5가구 중 4가구에 해당하는 사람은 반려동물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반려동물을 깊이 이해하고 가족처럼 키우는 가구는 통계에서 이야기하는 5가구 중 1가구에는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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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맹견 70마리 탈출’ 재난 문자 해프닝
갈등 줄이려면 “반려인 노력과 정책적 노력 동반돼야”

(시사저널=이환희 수의사·포인핸드 대표)

5월8일 대전에서 '맹견 70마리가 탈출했으니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흔치 않은 내용이었기에 해당 문자는 빠르게 퍼져나갔고 많은 걱정과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25분 후 탈출한 개들이 모두 회수되었다는 문자가 다시 발송됐다. 해당 문자를 발송한 대전 동구청은 보도문을 통해 '119 상황실 신고는 허위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상은 다수의 개를 키우는 한 농가와 갈등을 빚던 한 주민이 개 3마리가 탈출한 것을 보고 70마리가 탈출했다고 119 상황실에 허위로 신고한 것이었다. 이 내용을 전달받은 동구청 담당자가 주민에게 경각심을 주고자 개를 맹견으로 표현해 '70마리 맹견 탈출' 재난 문자의 해프닝이 완성됐다. 재난 상황에 주의나 대피를 돕기 위해 발송되는 중요한 문자임에도 허위 신고를 확인 없이, 그것도 접수한 내용을 임의로 변경해 발송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반려견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2018년 당시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방침이 발표된 이후 동물단체 회원들이 반대 집회를 여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재난 문자라는 새로운 요소가 등장하긴 했지만, 기시감을 감출 수 없다. 개를 둘러싼 사람들 간 갈등이 표면화한, 과거 숱하게 벌어진 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를 키우는 사람과 인근 주민 간 소음 등 민원으로 인한 갈등, 개를 제대로 보호·관리하지 못해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 등으로 인한 갈등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대립 양상으로 나타난다.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표면화되는 사건들은 대부분 반려견 보호자의 관리 소홀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매년 발표되는 통계에서는 5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전히 5가구 중 4가구에 해당하는 사람은 반려동물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이웃의 반려동물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에서도 개를 옛날처럼 마당에 묶어 키우거나 무책임하게 데려와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니 반려동물을 깊이 이해하고 가족처럼 키우는 가구는 통계에서 이야기하는 5가구 중 1가구에는 한참 못 미친다. 통계상 반려동물의 가구당 숫자에 비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와 인식 수준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가끔 기사를 통해 보도되는 개물림 사고나 일부 반려견 행동 교정 방송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여지는 공격적인 개의 모습은 개라는 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다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를 불편한 대상이나 공포의 대상, 그리고 통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려견을 키우는 일부 보호자는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개를 키우는 게 정말 힘들다고 푸념하기도 한다. 특히 대형견을 키우는 보호자들은 더욱더 많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인식 개선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려는 보호자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 안타깝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반려인이 쥐고 있음은 분명하다. 반려인 스스로가 반려동물이 이웃과 조화롭게 살기 위한 고민과 노력을 이어가되, 무책임한 반려인을 제지하기 위한 정책적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 

언론이나 방송에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거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적인 동물의 모습과 무능한 보호자 모습만을 편파적으로 다뤄 편견을 양산해선 안 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반려동물의 긍정적인 모습 또한 균형 있게 다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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