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복귀 전 하이브 망하게 해야” vs “뉴진스 음반 밀어내기” 엇갈린 주장 [주총 D-12]
임시주총 앞두고 폭로·진실공방·법적 분쟁
해임 사유 증거 폭로 vs 양측 스토리로 방어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민희진이 BTS 복귀 전 하이브 망하게 해야한다고 지시” vs “하이브가 뉴진스 음반 일어내기 요구”
‘경영권 탈취’ 의혹을 놓고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갈등이 법적 분쟁과 폭로전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은 카카오톡 대화와 내부 메일을 앞다퉈 공개하며 여론의 향방을 움직일 만한 중요한 카드를 내놓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의결권 금지 가처분 심문에서 양측은 각각 60매에 달하는 변론자료를 통해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각종 증거를 제시했다.
양측이 폭로전에 가까운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주주간 계약서의 의결권 구속(계약) 효력 여부’가 쟁점이기 때문이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주주간 계약서에는 “설립일로부터 5년의 기간 동안 어도어의 대표이사 및 사내의사 직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어도어의 주주총회에서 보유 주식 의결권을 행사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이 문구에 대한 해석이 다르다. 하이브는 “민법 제 689조, 상법 제 385조에 따라 채무자는 채권자를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며 “80% 대주주인 채무자(하이브)가 주주총회에서 현 대표이사인 채권자(민희진)를 해임하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 대표 측은 해당 문구가 의결권 행사 제한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부가 구속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가처분 신청은 기각되겠지만, 인정한다면 주주간 계약서에 담긴 조항들의 해석과 위반 여부로 향방이 갈린다. 양측의 폭로전을 살펴보면 결국 하이브는 민 대표의 해임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속속 제시하고 있다. ▶ 어도어에 10억원 이상 손해를 입힌 경우 ▶ 주주간 계약 위반 ▶ 배임, 횡령 등의 위법행위를 한 경우 ▶ 업무상 결격 사유 등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수집해 공개하는 것이다. 민 대표 측은 이에 대한 방어이자 일련의 행동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전후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재판부는 “의결권 구속에 대한 정확한 판례가 없고, 관련 논쟁도 많은 상황이다”라며 “오는 24일까지 추가 서면 입장을 제출하면 검토한 뒤 임시주총일인 31일 전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브와 민희진 대표의 갈등은 ‘경영권 탈취’ 의혹을 근거로 한 사내 감사에서 시작됐다. 민 대표 측은 이를 두고 “내부고발 이후 찍어누르기”라고 했으나, 하이브는 민 대표 측이 외부 투자자를 만난 정황을 포착, 감사를 진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심지어 “민 대표는 오직 자신의 금전적 이득을 위해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경영권 탈취를 모의하고 계획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의결권 구속 가처분 심문기일에서도 양측의 입장은 엇갈렸다.
하이브는 민 대표의 경영권 탈취 계획 시나리오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공개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올초 민 대표는하이브 IR(기업홍보) 팀장 직책에 있던 L씨를 포섭, 어도어 부대표로 한 뒤 하이브에서 독립한 뒤 얻게 될 대금의 0.35%를 주기로 약정했다.
이후 L 부대표의 본격적인 ‘경영권 탈취’ 계획이 실행된다. 지난 1월 24일 N캐피탈을 만나 어도어의 IPO방안을, 2월 7일엔 외부 변호사와의 만남을 통해 어도어의 MBO(경영자 차입 매수) 및 IPO 방안을 논의했다.
하이브 측은 “(L 부대표는) 내부 임직원, 외부 투자자, 애널리스트 등을 가리지 않고 컨택했다. 모 캐피탈과 수차례 접촉하고, 모 금융그룹이 쩐주로 입후보했다고 자랑했다”며 “고작 몇 년간 영업이익 바짝해서 풋옵션 행사하고 마는 것은 채권자가 희망하는 것이 아니라는 분명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3~4월엔 VC 투자자 미팅, 두나무, 네이버를 비롯해 금융사 A와의 접촉을 시도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두나무, 네이버가 하이브에 이같은 사실을 알린 뒤, 접촉을 차단하자 민 대표 측은 “ 투자액 기준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투자처를 정리해 보라며 L 부대표에게 체계적인 우호세력 관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감사 과정에서 나온 문서들은 ‘프로젝트 1945’, ‘VC노트’, ‘하이브의 7대 죄악’, ‘조사문서’ 등이다. 앞서 공개된 ▶ 풋옵션 행사 가격 기존 영업이익 13배 → 30배 요구 ▶ IPR 15%의 다운사이드 프로텍션(downside protection, 하방 안정성)▶ 뉴진스 전속계약 단독 해지 요구 등이다.
민 대표 측은 이러한 하이브의 주장을 모두 반박했다. 민 대표 측은 “지배주주 변동에 대한 구체적 계획도 없으며 하이브의 동의 없이는 실행도 불가능하다”라며 “민희진 대표는 지배주주 변동을 위한 구체적 사항을 계획한 적이 없다. 상상일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VC(벤처 캐피탈)들로부터 ‘뉴진스를 데리고 나오라’는 조언을 들은 바 없고, 외부 투자자를 만나 투자 의향을 타진한 적도 없다”며 “이상우 부대표도 뉴진스의 실적 홍보를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다만 두나무, 네이버와의 미팅에 대해선 “내부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들려줬다.
심문기일에선 민 대표와 L부대표의 대화에서 뉴진스의 전속계약 해지 시나리오로 추정할 법한 내용도 공개됐다.
하이브에 따르면 민 대표와 L 부대표는 3월 14~15일 대화에선 “뉴진스와 전속계약 해지시 수천억원의 손해 배상액을 추산”했다.
민 대표 측은 그러나 “뉴진스가 속한 어도어의 기업가치 산정을 위한 대강의 방식일 뿐”이라며 “어도어 경영진 역시 멤버들 탈퇴로 인한 피해를 우려했다”고 반박했다.
민 대표 측은 해당 근거로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직접 공개했다. 대화에서 L 부대표는 “하이브가 미친듯이 높은 금액을 불러도 일정 금액 이상으로는 어렵다”며 “계약 해지비용 6000억원, 신규 계약금 1000억원, 최사 초기 투자금 200억원 등 이런 식의 협상이면 8000억원 정도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민 대표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어도와와 뉴진스 간의 전속계약을 해지시키려는 의도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거론된 ‘빈껍데기’ ‘뉴진스 권리침해소송’ 등은 아일릿과 같은 카피 사례 및 하이브 업무 방해가 계속 이어진다면 빌리프랩과 하이브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었다”고 반박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측의 갈등에선 민감한 폭로도 쏟아지고 있다. 하이브에선 민 대표가 군 복무에 한창인 슈퍼 IP(지식재산권)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이전 일명 ‘하이브 붕괴 시나리오’를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는 주장을 제기했고, 민 대표 측은 하이브가 ‘음반 밀어내기’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하이브는 이들이 ‘경영권 탈취’ 시나리오로 해석하는 대화록에서 “민 대표와 L 부대표가 방탄소년단 복귀 전 1년이 하이브가 약한 때이므로 이때 하이브와 방시혁을 끝낸다”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이러한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 2월 4일이다.
이 과정에서 하이브는 “민 대표가 만날 이유가 없는 BTS 담당 회계사와 접촉을 시도했다”며 “하이브의 신뢰를 상실시킨 다음 어도어만 빠져나가자’고 계획했다”고 폭로했다. 하이브에선 두 사람의 이러한 대화는 “하이브의 주요 사업 전략인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와해시킬 계획”으로 봤다.
특히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하이브의 신뢰를 상실시킬 전략의 일환으로 언론을 활용해 음반 마케팅 활동을 ‘밀어내기’라 폭로하자고 했다”며 “L 부대표와 S 부대표는 지난 4월 20일 대화에서 민 대표 측이 ‘내부고발자’로서 제기했던 ‘문제 개선은 안물안궁’이라며 당초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이슈 제기가 아님을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외 이슈 제기가 목표, 가장 좋은 건 하이브가 대형 악재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한테 타협하자고 제안하는 것’이라며 야욕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하이브에선 민 대표의 모의 정황이 “자회사 대표로서 주주간 계약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행위”라며 “진실 여부보가는 하이브를 압박해 자신의 사익 추구 플랜을 실현하는 목적”이라고 보고 있다.
민 대표 측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특히 어도어가 하이브를 상대로 한 ‘내부고발’은 ▶ 아일릿의 뉴진스 표절로 인한 브랜드 가치 훼손 ▶ 음반 밀어내기 요구라고 밝혔다.
‘음반 밀어내기’는 발매 일주일간의 판매량을 초동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유통사나 해외 자회사를 이용해 대량의 주문을 넣거나 팬 이벤트를 급조해 판매량을 부풀리는 행위를 말한다.
민 대표 측은 “뉴진스는 두 번째 EP ‘겟 업’ 음반 발매시 에스파 초동기록을 꺾을 수 있다며 10만 장의 음반 밀어내기를 권유받았으나 어도어의 사업철학에 위배돼 거절했다”며 “하지만 이는 하이브 레이블 내에 만연한 일로 알고 있다. 자회사에 반품 조건부로 거래한 내력이 있는지 강도높게 조사하고 엄청히 대처해달라”고 적힌 내부고발 이메일을 공개했다.
하이브는 그러나 지난달 22일 민 대표에게 보낸 응답 메일 전문을 공개하며 음반 밀어내기 의혹을 일축했다. 하이브는 메일에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음반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며 “이는 이미 하이브가 어도어 측에 수차례 답변드린 내용이며, 하이브 박지원 대표이사와 민 대표 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대화 기록에도 여러 번에 걸쳐 남아 있는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민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이브로부터 ‘뉴진스가 밀어내기 제안을 권유받았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며 “이는 격의 없이 이뤄진 대화의 일부였을 뿐이며, 하이브는 ‘초동 기록 경쟁을 위한 밀어내기를 하지 않는다’라는 명확한 원칙을 갖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는 또한 뉴진스의 미니 음반 ‘겟 업’(Get Up) 판매 활동 사례를 언급, 민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정당한 영업 판촉행위도 음반 밀어내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이브는 “일본 유통사인 UMJ는 처음에 해당 앨범을 9만 장 이상 구입하는 것에 난색을 보였으나, 이후 어도어도 참여한 협의를 통해 6만 장을 추가해 총 15만장 판매가 이뤄졌다”며 “이것은 어도어의 대량 주문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해당 주문으로 인해 현재 유통사에 적체된 재고는 11만 장에 달한다”며 “늘어난 물량의 일부 소화를 위해 어도어는 2023년 8월 20일에 뉴진스 멤버 전원이 참여하는 팬 사인회를 추가로 진행한 사실이 있으며, 이는 급조한 팬 이벤트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하이브는 이 같은 활동은 영업의 판촉행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뉴진스가 하면 정당하고, 다른 아티스트가 하면 밀어내기 행위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음반 밀어내기’라는 오해하기 쉬운 이슈를 제대로 된 확인도 없이 제기한 행동과 의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정말 밀어내기가 하이브 내에 실존하고 K-팝 시장에서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했다면 사실관계에 대한 충분한 확인을 먼저 거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뉴진스에게 민희진은 필수불가결한 존재” vs “민 대표는 멤버 비하·가스라이팅”
양측의 갈등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번 사태 이후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뉴진스는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심문기일에 맞춰 탄원서를 제출, “민희진씨의 행동에 대해 멀티 레이블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보는 의견도 있으나,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도, 철저한 계약도 인간의 악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악의에 의한 행동이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시스템을 훼손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악의와 악행이 사회 제도와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막는 우리 사회 시스템의 저력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그런가 하면 뉴진스 멤버의 부모들은 민 대표가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을 앞둔 지난 14일 강진석 변호사를 법정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강 변호사는 연예인 전속계약 분쟁 사건을 다수 다룬 법률인이다.
뉴진스는 심문기일 전 강 변호사를 통해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관계자는 “민희진 대표가 해임되선 안된다”며 민 대표와 함께하고 싶다는 취지가 담겼다고 귀띔했다.
민 대표 측은 자신과 뉴진스 멤버들, 부모들 간의 ‘각별하고 돈독한 관계’를 강조하며 ‘해임 방어권’으로 사용 중이나, 하이브의 판단은 다르다.
하이브 측은 심문기일에서 “민 대표는 내가 아니면 뉴진스가 데뷔를 못할 상황이었는데 안타까워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와 같은 심정이라고 말하지만, 뉴진스 멤버들을 아티스트로 대우하는게 힘들고 참고 뒷바라지 하는 것이 끔찍하다고 했다”며 “민 대표는 뉴진스가 수동적 역할에만 머무르길 원하며 일종의 가스라이팅을 ‘모녀 관계’로 미화하고 있다. 민 대표의 관심은 자신이 출산한 것과 같은 뉴진스 그 자체가 아니라 뉴진스가 벌어오는 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엄마’라면 자신이 방패가 돼 모든 풍파를 막아줘야 하는데, 채권자는 뉴진스 멤버들을 방패로 내세워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측근들에게 뉴진스에 대해 ‘아티스트로 뉴진스를 대우해 주는 게 어렵고 뒷바라지하는 게 끔찍하다’, ‘역겹지만 참고 있다’ 등 뉴진스 멤버들 비하했다”고 주장했다며 일련의 상황들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진스의 탄원서 제출과 엔터테인먼트 분쟁 전문 변호사의 선임으로 뉴진스는 완전히 민 대표에게 힘을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선 뉴진스가 강 변호사를 선임한 이후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고 뉴진스와 하이브의 전속계야 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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